“수출이 줄어드니 매출과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입니다. 생활비를 모두 대출로 충당해야 할 정도입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온수산업단지. 지게차 부품을 생산하는 A사 대표 이모 씨(59)는 수출 감소에 따른 산업계의 충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계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찬 공장 안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던 이 씨는 “대기업 수출이 줄면 하청업체인 우리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는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30, 31일 경기 부평, 온수, 평택 등 산업단지에서 만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심각한 매출 감소를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하고 부진 업종이 반도체에서 석유화학 등으로 확산되면서 중소기업의 고통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1.0% 줄어든 461억4000만 달러(약 54조8400억 원)였다. 6월(―13.7%)에 이어 수출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16년 1월 이후 42개월 만이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다.
수출 부진은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28.1%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1일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반도체 D램 현물가격이 2주 만에 23% 상승했지만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산업부는 D램 현물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기업이 실제로 거래하는 고정가격에는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협력업체는 대기업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수도권에서 반도체 대기업에 납품하는 B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의 수출이 줄면서 매출이 1년 전의 절반 정도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C업체 관계자는 “올 1분기에도 상황이 나빴는데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 상황이 더 악화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유가 약세가 계속되면서 4, 5위 수출품목인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부진도 이어졌다. 7월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은 1년 전보다 각각 12.4%, 10.5% 감소했다. 석유화학 분야 대기업 협력업체인 D기업 관계자는 “3년 전보다 설비 가동률이 20%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 신규 투자가 상당 부분 취소되고 수출도 줄면서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 수출업체가 받는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올 상반기 대일(對日) 수출은 1년 전보다 6.0% 감소했지만 7월 수출은 0.3% 줄어드는 데 그쳤다. 대일 수입은 1년 전보다 9.4% 감소해 5, 6월 계속된 두 자릿수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났다. 7월 한 달 동안 일본 정부는 반도체 3개 핵심소재에 한 건도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수입 액수가 작아 전체 수입액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도 “7월만 놓고 보면 대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불화수소 등 3대 소재는 전체 수입액의 1% 미만이지만 생산 공정에서 중요한 소재이고 일본 의존도가 높아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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