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에 美·中 갈등 ‘후폭풍’…증시·환율 ‘블랙먼데이’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5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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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여파로 인해 월요일인 5일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코스닥시장은 이날 7%대로 급락하면서 3년 1개월여 만에 하락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시장도 2%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10원선을 돌파해 3년5개월 만에 고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다시 격화된 미·중 무역갈등까지 겹치면서 일본을 비롯해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잇달아 출렁였다.

◇코스닥, 3년여 만에 사이드카 발동…코스피, 1940대로

이날 코스닥시장은 장중 지수가 6%대의 급락세로 접어들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9분께 공시를 통해 코스닥시장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 조치를 발동했다. 이날 조치는 코스닥150선물가격이 6.26% 하락하고 현물지수(코스닥150)가 6.63% 하락한 데 따라 이뤄졌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코스닥150선물지수의 거래종목 중 직전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 가격이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고 해당 선물거래대상지수가 3%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면 사이드카가 발동된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5분간 프로그램매매 매수·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고 이후 자동 해제된다.

코스닥150선물가격은 전날 종가 892.50에서 이날 장중 836.60으로 55.90포인트 하락했다. 또 현물지수(코스닥150)는 전날 종가 903.08에서 장중 843.14로 59.94포인트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 매도호가 급락으로 인해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브렉시트’ 영향을 받아 하락장을 기록했던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월과 2월에는 매수호가 급등으로 인해 사이드카가 발동된 바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15.70) 대비 45.91포인트(7.46%) 급락한 569.7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560선을 하회한 것은 2015년 1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하루 만에 7% 이상의 낙폭을 기록한 것은 2011년 9월 26일(8.28%)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전 거래일(1998.13) 대비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64% 하락한 1945.39까지 하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1940선으로 후퇴한 것 역시 2016년 6월 28일(1936.22)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장중 기준으로는 2016년 11월 9일(1931.07) 이후 2년 9개월여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420억원어치, 31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은 홀로 73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7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린 가운데 기관과 개인은 각각 240억원어치, 1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까지 다시 격화되면서 이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67.26(2.85%) 내린 2만6151.32에에 장을 마감했다. 대만 자취안(加權)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5.63포인트(1.19%) 밀려난 1만423.41로 폐장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6.87포인트(1.74%) 하락한 2만720.29에 장을 닫았다. 토픽스(TOPIX)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58포인트(1.80%) 내린 1505.88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상해종합지수(-1.62%)와 심천종합지수(-1.47%) 등도 하락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215원대로…금·채권 등 안전자산에 쏠려

반면에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면서 1210원선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8.0원)보다 17.3원 오른 1215.3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218.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2016년 3월 3일(1227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점이다.

1203.6원에 출발한 이날 환율은 장중 1220원까지 육박했다. 다만 당국 방어 등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1214원대에서 거래되는 등 121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악재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영향이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역내 위안화 환율은 이날 ‘1달러=7위안대’를 돌파했다. 위안화까지 급락하자 원화가치도 가파르게 무너진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5월 이래 11년3개월 만이다.

이런 가운데 투자심리는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쏠렸다.

이날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1g당 가격(종가 기준)은 5만7210원(1돈 21만4538원)으로 지난 2일의 5만5410원(1돈 20만7788원)보다 1800원(3.25%) 올랐다.

지난 2일 가격이 2014년 KRX금시장 개설 이래 최고가였던 데 이어 연일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거래량도 20만4417g으로 지난 2일의 14만6468g에 이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하면서 연저점을 새로 작성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일 0.049%포인트 내린 1.260%로 마감했다.

또 ▲국고채 1년물(1.34%) -0.042%포인트 ▲국고채 5년물(1.226%) -0.064%포인트 ▲국고채 10년물(1.282%) -0.067%포인트 ▲국고채 20년물(1.296%) -0.045%포인트 ▲국고채 30년물(1.291%) -0.040%포인트 ▲국고채 50년물(1.291%) -0.040%포인트 등으로 모두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1년물, 국고채 5년물, 국고채10년물, 국고채 20년물, 국고채 30년물, 국고채 50년물 등 모두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연저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 “증시 하락·환율 상승 지속 우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대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강경한 태도도 10월 천황 즉위식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돼 화해무드로 진입한다 해도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증시는 당분간 부진한 모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당장 8월에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등을 노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일 화이트리스트 관련 문제보다 미중 무역분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재기되면서 불확실성이 점차 장기화되는 모습”이라며 “국내 증시의 반등 시점도 점차 뒤로 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 역시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을 비롯해 국내 경기 성장세 우려 등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겹쳐있는 탓에 당분간 금융시장의 불안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에도 당국 방어 등으로 120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겠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1220∼125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 요인만 볼때 환율은 1220원 내외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미중 합의가 다시 불발되고 추가 관세부과가 된다면 1250원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1200원 내외에서 움직이리라고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는 1220원까지는 열어둬야 할 전망”이라며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불확실성은 앞으로 2∼3개월 간 지속될 수 있고 달러 선물 미결제 약정이 계속 늘고 있는 점이 근거”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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