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에 사는 70대 주부 손모 씨는 지난달 말 서둘러 서울 구로구에 있는 새마을금고까지 달려왔다. 연리 4%대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영업점 앞에서 만난 손 씨는 “특판 적금을 판다는 정보를 듣고 여기까지 왔다”며 “불경기에 목돈도 없는데 금리까지 떨어졌으니 몇 천 원이라도 더 모으려면 소액이라도 특판 적금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주부 김모 씨(47)도 “경기가 안 좋은데 고금리를 찾기 힘드니 귀찮아도 이런 곳을 다녀야 한다”고 했다. 이 영업점 관계자는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경기 안산 등의 고객들이 금리를 보고 이곳까지 찾아온다”며 “판매 1개월 안에 6억 원이 나갈 줄 알았는데 7억 원이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데다 최근 은행 정기 예·적금 금리까지 계속 떨어지자 서민들은 소액이라도 긁어모아 돈을 불려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줄어 목돈을 마련하기가 버겁고, 저금리에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격적으로 특판 금융상품을 찾아 나서고, 몇 천 원이라도 적립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는 등 소액 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주부들 특판예금, 아동수당 적금 찾아 ‘원정’
젊은 주부들은 아이 1명당 월 10만 원씩 받는 아동수당을 납입하면 고금리를 주는 ‘아동수당 적금’에 열심이다. 두 달 전 출산한 서모 씨(33)는 산후조리원 동기 10여 명과 함께 신협의 한 지점에서 단체로 아동수당 적금에 가입했다. 연리 5%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주부들은 1000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으면 좋다”며 “이런 상품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찾기 힘들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박기철 연수송도 신협 부장은 “연초에 아동수당 적금이 판매된 뒤 고객들이 우리 직원들 출근 전부터 줄을 서고 이런 현상이 맘카페에 알려지며 젊은 주부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민들이 특판상품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최근 은행의 정기 예·적금 금리가 계속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올 1월 연 2.14%였지만 6월 1.90%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시중금리도 더 인하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 1분기(1∼3월) 가구당 번 돈에서 세금과 대출이자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10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벌이가 줄어드니 씀씀이를 줄여 소액이라도 틈틈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직장인들, 알람 맞춰놓고 특판 신청 대기
자산 형성 기회를 찾기 힘든 20, 30대 사회초년생들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온라인 특판 상품에 집착한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9)는 카카오뱅크가 연 5%대 특판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달 22일 판매가 시작된 오전 11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앱에 접속했다. 하지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몰리며 1초 만에 100억 원 한도가 모두 소진돼 가입에 실패했다. 이 씨는 “이번 예금을 반드시 잡아야 했는데 실패하니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은 송금을 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몇 천 원, 몇 백 원이라도 적립되는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한다. 대학생 임모 씨(22)는 지하철로 통학할 때마다 간편송금 앱 ‘토스’로 송금하면 건당 1000원 안팎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부지런히 참여하고 있다. 임 씨는 “1000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용돈이 부족하고 통학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도 못 하니 소액이라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앱을 가동한 뒤 100걸음 걸을 때마다 1캐시를 적립해주는 ‘캐시워크’ 마니아다. 적립금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김 씨는 “하루에 최대 100원까지밖에 적립받지 못하지만 소액을 모아 커피를 몇 번 사서 마셨다”며 “요즘 돈 벌기도 힘드니 이런 ‘앱테크’가 인기”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도 인기있는 ‘소액테크’ 방식이다. 김모 씨(23)는 “친구들과 넷플릭스에 공동 가입해 이용료를 나눠 내며 한 달에 2400원가량을 아끼고 있다. 이 정도면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며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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