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세계 각국의 경제규모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경제지표는 무엇이 있나요? 지표를 통해 각국 국민의 생활수준이나 행복지수까지 알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세계에서 반도체 D램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한국입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기준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이 약 74%에 이릅니다.
하지만 반도체 등 특정 제품의 생산이나 수출 실적과 같은 개별 경제지표만으로 한 나라의 경제수준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경제지표가 바로 ‘국민소득’입니다. 국민소득은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이라는 지표로 주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새로 생산한 재화(반도체, 쌀, 자동차 등)와 서비스(운송, 금융, 의료 등)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모두 합한 것을 의미합니다. ‘일정 기간’이란 통상 1년, ‘한 나라 안에서’는 생산 주체가 누구인지는 따지지 않고 국경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GDP는 ‘새로 생산한’ 것만 계산합니다. 가령 자동차 회사가 새 차를 만들어 팔면 그 금액이 GDP에 포함되지만 예전에 생산된 차가 팔리더라도 그해의 GDP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GDP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1930년대에 만들었습니다. 경제 분석 및 정책 수립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제공해 일각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기도 합니다. 1929년 미국에 대공황이 닥친 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참모들은 철도 운송량이 줄고 철강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백만 명이 직업을 잃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경제에 대한 종합 정보인 GDP와 같은 지표가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고 합니다. 의사가 환자에 대한 진단 결과를 모아서 분석한 후 처방을 하는 것처럼 경제정책 입안자들도 GDP를 통해 경제 전체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되었죠.
GDP는 계산할 때 적용하는 시장가격이 당해연도 가격인지, 특정 기준연도 가격인지에 따라 명목GDP와 실질GDP로 나뉩니다. 명목GDP는 생산물 수량이 늘어나는 경우뿐 아니라 가격이 오를 경우에도 증가합니다. 그러나 실질GDP는 가격을 특정 기준연도로 고정해 놓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어나는 경우에만 증가합니다. 명목GDP는 특정 시점에서 경제규모, 1인당 국민소득, 경제구조 등을 파악하는 데 주로 이용됩니다. 실질GDP는 경제성장, 경기변동 등 경제활동의 흐름이나 국민경제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알아볼 때 유용합니다. 경제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경제성장’이란 실질GDP가 늘어났다는 의미이며, ‘경제성장률’은 ‘실질GDP의 증가율’을 뜻합니다.
국민소득은 한 나라의 경제성과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유용한 지표이지만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인 인간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대기나 수질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방출하면 공장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나빠지지만 GDP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독감이 유행해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면 후생 수준이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국민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 ‘인간개발지수(HDI·Human Development Index)’ ‘더 나은 삶 지수(BLI·Better Life Index)’ 등과 같은 새로운 지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지표들은 아직 여러 면에서 GDP를 대체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GDP는 국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국가 간 상호 비교는 물론 과거와의 비교 분석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객관성이 최대 강점인 셈이죠.
반면 후생지표는 삶의 만족도와 같은 주관적 항목을 포함하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은 삶의 질을 반영하는 완전히 새로운 지표를 도입하기보다는 GDP 통계를 보완하는 노력을 하는 게 대체적인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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