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포토레지스트 두 번째 수출 허가
수입처 삼성…6개월 치 사용량 확보
정부·업계 "韓 기업, 불확실성 여전"
일본이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의 한국 수출을 추가로 허가했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던 3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중 하나다.
일본이 재차 수출을 허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나 정부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신청을 19일 허가했다.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반도체 기판에 발라야 하는 소재다. 이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일본의 소재 생산업체인 JSR, 수입하는 곳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수출이 허가된 포토레지스트는 약 6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허가를 받아 수입한 3개월분을 합해 총 9개월 치를 확보하게 됐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이달에만 두 차례 허가하면서 ‘수출 규제 공세의 속도를 조절한다’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White-List·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배제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의 두 번째 수출 허가가 난 것은 다행이나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철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수출 허가로 인해 소재 수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의 수출이 한 건 더 허가됐다고 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적인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수출 허가를 받은 일본 기업이 어느 곳인지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거래를 하고 있던 JSR, 신에츠, TOK 중 한 곳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토레지스트를 제외하고 규제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여전히 1건도 한국으로의 수출 승인을 받지 못했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사용목적이 명확한 데다가 군사전용의 우려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판단도 작용해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명분쌓기용 행보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일부 허가’가 이어진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할 판단을 하기 이르며, 거래선 다변화 등 소재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확전 자제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명분을 쌓고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소재 수출 규제 관련 칼자루를 일본이 쥐고 있어 경계를 늦추면 안되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일본에 100% 의존했던 EUV 포토레지스트와 관련, 미국과 유럽 생산 시설을 통해 점진적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춰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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