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쟁의행위로 인한 연간 평균 근로손실일수가 일본과 비교해 2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쟁의행위로 인한 조업 손실이 크다는 의미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2016년 10년 동안 쟁의행위로 인한 연평균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평균 43.4일, 일본은 0.2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시간을 곱한 후 이를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수치를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로 환산해 사용한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한경연 측은 “한국의 노조가입률(10.3%)이 일본(17.9%)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근로손실일수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그만큼 파업 일수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주로 파업 건수가 많기보다 대기업 대규모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여 근로손실일수가 급증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6년의 경우 한국의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106.6일로 10년 평균치의 두 배가 넘었는데 당시 철도노조의 74일 장기파업, 현대차 노조의 대규모 파업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 조선업계가 28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누적 적자가 쌓인 한국GM 노조도 최근 단체협약 관련 파업을 감행한 바 있다.
○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대체근로 허용 여부’
왜 노조가입률이 더 낮은 한국이 일본보다 파업 일수가 길까. 한경연은 한국 특유의 갈등적 노사문화뿐 아니라 쉽게 파업을 감행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 조항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업과 관계없는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고,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 하도급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서비스노조가 여름철 에어컨 수리 성수기에 파업을 벌였지만 소비자 불만은 고스란히 회사 몫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대체근로자 채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쟁의행위를 할 때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한경연이 이정 한국외국어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쟁의행위 시의 대체근로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파업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에 조업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가 쌓이면서 대체근로 허용이 정착됐다. 1949년 아사히신문사 파업 사태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는 “파업으로 인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동시에 사용자는 파업 기간 중에 업무를 정지해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므로 파업 참가자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에 대항해 자기 스스로 업무의 운영을 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 재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 달라”
재계는 대체근로 허용이 노조와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라며 오랫동안 대체근로 허용을 주장해 왔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며 노조 가입은 허용하면서도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는 유지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데 대해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이 교수도 보고서에서 “일본에서는 파업 기간 중의 업무 수행을 근로자 측의 쟁의수단에 대한 최소한의 ‘대항수단’으로 이해한다”며 “그 대신 파업 참여 근로자에겐 직장 복귀 권리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처럼 대체근로를 제한하면서도 파업 참가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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