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개발을 할 때 일화다. 편의점 가맹점을 내고 싶다며 찾아온 분이 몇 가지 후보점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나름 부동산 공부를 많이 한 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상가에 대한 공부도 포함돼 있었다. 그분이 여러 개의 입지를 놓고 분석하는 방법은 유동인구만을 놓고 비교하는 식이었다. 너무나 단순하고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다.
아무 관련이 없는 여러 개의 후보점을 두고 단순히 유동인구만을 측정해 그 수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즉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주거지역 상가 한 곳과 서울 마포구의 한 지역 상가를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유동인구가 많은지 비교하는 식이었다.
물론 유동인구를 측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동인구는 주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유효수요가 영양분이라면 동선은 빨대와 같은 것이다. 유동인구의 비율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비율이라 보면 된다. 해당 유효수요의 영양분을 가장 잘 흡수하는 자리를 고르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이들은 소매점의 매출이 ‘유동인구×내점률’이라 생각한다. 이는 역세권에서 유효수요가 적은 곳의 입지를 파악할 때나 유용하다. 동선이 유효수요라는 영양분을 얼마나 흡수하는 곳인지, 어디가 주 동선인지 파악하기 힘들 때에는 같은 시간대에 지나는 사람 수를 세어서 어디가 주 동선인지 가려내야 한다.
지도에 표시된 번듯한 상가 건물이 몇 년 전 경매로 나온 적이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인데 고급 단독주택이 즐비한 곳으로 상권도 꽤나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만약 저 상가 건물에 처음 가서 주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우선 경매에 나온 것 외에 A 지점과 C 지점도 각기 상권이 있는 것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이 3곳의 유동인구를 비슷한 시간대에 15분씩 재어 보면 된다. 아침 출근 시간에 3곳 모두 각각 15분, 점심때 15분, 저녁 퇴근 무렵에도 각기 15분씩 재어 그 숫자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나오면 그곳이 주 동선일 것이다. 주 동선이 유효수요라는 영양분을 가장 잘 흡수하는 빨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예상 동선별 유동인구로 표현하면 지도와 같다.
평창동은 도로가 구불구불한 특징이 있다. 동선을 그려보면 A 지점으로 상가를 이용하러 올 사람들의 동선과 범위는 파란색으로 표시한 곳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C 지점 상권을 이용할 사람들의 범위는 빨간색으로 표시해 뒀다. 경매에 나온 B 자리는 검은색으로 표시했는데 동선을 살펴보면 가장 적은 유효수요의 범위가 예상된다. 실제로 유동인구를 측정해 보면 그 숫자가 가장 적을 것이다.
쉽게 말해 A, B, C 지역 윗쪽 사람들은 상가를 이용할 때 마트, 은행, 병원, 학원 등 이용하려는 업종이 A 지점에 있을 때 굳이 B 쪽으로 갈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C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B는 무슨 장사를 해도 할 게 별로 없다. 임대가 나가기 쉽지도 않을뿐더러 임대를 줘도 쉽사리 세입자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주 동선 파악용으로 유동인구를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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