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3사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발업체인 현대·기아차가 최근 잇따른 신차 출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나머지 3사는 노사 갈등과 시장 축소라는 악재로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최근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생산량 조절과 이에 따른 인력 조정 계획을 설명했다. 현재 60대 수준인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약 45대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생산량이 줄면 현재 약 1800명 근로자 가운데 300명 이상은 유휴 인력이 될 수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삼성차는 올 1∼7월 부산공장에서 9만8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9000여 대)에 비해 29.1% 줄어든 규모다. 일본 닛산으로부터 위탁 생산해 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량이 줄고 국내 판매 실적 역시 약 10% 감소한 탓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관계자는 “판매 감소 등으로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현장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7년 만에 구조조정의 위기가 가시화됐지만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 상반기(1∼6월) 내내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였다. 연간 10만 대의 물량을 위탁해온 닛산은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자 올해는 6만 대만 주문하겠다고 통보했고 연말까지 생산이 진행된다. 르노 역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XM3의 물량 배정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산 물량 단절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 노조가 파업과 투쟁이 아니라 자발적인 고통 분담을 선택했다면 닛산이나 르노의 선택은 달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내수 판매가 16.2%나 급감한 한국GM 역시 창원공장에서 2교대 근무를 1교대 근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주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26일 “회사가 투자와 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만큼 노조와 임직원도 (지난해) 단체협약 약속을 모두 이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쌍용차는 올 상반기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늘어나며 3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해외 판매가 20.7% 급감하면서 실적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 2분기(4∼6월) 영업 손실이 4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6억 원 늘어나는 등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 이 때문에 쌍용차는 최근 전체 임원의 20%에게 해촉을 통보하고 직원들의 무급휴직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들 3개 회사의 위기 뒤에는 현대·기아차의 약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내수 시장을 겨냥한 신차 출시에서 대등한 경쟁이 힘들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현대·기아차 두 회사의 판매량은 나머지 3사의 5배에 이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수 시장에서 3개사가 위기를 겪고 현대·기아차가 독주하는 양상이 심화되면 결국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한국GM이 국내에서 완성차를 만들기보다 미국에서 수입차를 늘리려는 것도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한 회사들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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