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만명 이탈해도 속수무책… “이대로 가면 업계 무너져” 한숨
“망 구축 단계서 임대 안될 일”… 이통3사, 비용 증가 이유 손사래
갤노트10 인기에 고객 유출 가속… LTE요금제 개통도 거절 당해
“요금경쟁력 약화가 원인” 분석도
5세대(5G) 이동통신이 시작된 뒤로 알뜰폰(MVNO) 가입자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일반 이동통신사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롱텀에볼루션(LTE·4G) 서비스만 제공하는 알뜰폰 업체들은 가입자 이탈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이 5G 전용으로 출시되자 알뜰폰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한 달 2만 명씩 알뜰폰 이탈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번호 이동한 건수에서 반대로 알뜰폰으로 옮겨간 건수를 뺀 ‘알뜰폰 번호 이동 순감’ 누적 규모는 13만8347건으로 지난 한 해 누적 순감(12만7851건)을 넘어섰다. 알뜰폰 가입자 2만여 명이 매월 이통사로 갈아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 달 1만여 건이던 순감 규모가 5G가 본격화된 5월부터 2만여 건으로 늘었고 7월에는 2만9117건에 달했다.
알뜰폰 업체들은 자체 망이 아닌 이통 3사의 망을 빌려 쓴다. 망 구축 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기 때문에 보다 싼 요금제를 제공하는 대신 매년 협상을 통해 산정한 비율대로 이통사와 수익을 나눈다. 올해 6월 말 기준 약 809만 명의 알뜰폰 가입자 절반 이상인 461만 명이 3G, 338만 명은 LTE 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5G는 알뜰폰에 아직 임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5G 임대를 빠르게 제공해 줄 것을 정부와 이통 3사에 요구했지만 5G 출시 5개월째인 지금도 여전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3000억 원이 넘는 업계 누적적자와 가입자 이탈로 사업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도매로 제공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알뜰폰에 망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SKT 측은 “전국망 구축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망을 임대할 경우 비용이 턱없이 높아진다”며 “이통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협의해 적절한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LTE 역시 2011년 7월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알뜰폰에 제공된 건 2012년 9월(CJ헬로)로 14개월이 걸렸다. ○ 갤럭시노트10 ‘그림의 떡’
알뜰폰 업계의 생존에 대한 우려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출시를 앞두고 더 깊어졌다. 예약 가입자만 13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5G 전용으로 출시돼 알뜰폰 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는 갤럭시노트10 출시를 전후해 이통 3사와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10을 LTE 요금제로 개통이 가능하도록 요구했다. 갤럭시노트10은 5G와 LTE 칩세트를 모두 탑재하고 있어 LTE용으로도 개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통사는 “5G 요금제 전용으로 제공되는 제품을 알뜰폰 업체에만 LTE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건 소비자 역차별”이라며 거절했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노트10은 국내에선 5G 전용으로만 기획돼 현재로선 알뜰폰 업계에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알뜰폰 업계의 위기는 5G보다 이통사의 선택약정 할인 확대, 보편요금제 출시 등으로 인해 요금경쟁력이 사라진 게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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