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금리, 美보다 낮은데… 외국인 왜 국내채권 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7일 03시 00분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요? 내외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서보면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힘차게 흐르는데요. 돈의 흐름도 비슷한 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돈은 수익을 찾아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쪽으로 흐른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여유자금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금리를 높게 적용해주는 곳에 저축하려 합니다. 이러한 이치는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똑같습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급적 금리를 더 주는 나라에 자금을 맡기려 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을 비교해 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높았습니다. 이에 외국인이 한국에서 발행된 채권을 구입한 금액이 판 금액보다 많았습니다. 2016년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며 한미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더 높으면 외국인들은 한국 채권을 더 샀고, 반대로 한국 금리가 더 낮으면 한국 채권을 더 판 것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예상대로 자금 흐름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았지만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리에서는 손해를 보는데도 어디에선가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 채권에 투자했다는 뜻입니다.

먼저 환율 요인이 있습니다. 국가 간 자금 이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환율을 고려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은 미국 달러화를 들여와 한국 원화로 바꿔 국내 채권에 투자합니다. 채권이 만기가 되거나 중도에 매각하게 되면 다시 달러화로 환전해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시 말해 외국인은 한국 채권에 투자하면서 금리 차이에서 손해를 볼지 몰라도 ‘달러화→원화→달러화’ 환전과정에서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여 환차익을 낼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최근 몇 년간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변동폭이 매우 컸습니다. 연간 기준으로 6% 원화 가치가 절하되거나 13%까지 절상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1%포인트 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한미 금리 차이보다는 환율 변동폭이 실제 투자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즉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외금리 차이뿐만 아니라 환율로부터의 기대수익도 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17년에는 원화가치가 약 13% 상승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원화가치 상승) 국내 채권 투자를 크게 늘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원화가치 상승을 가속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 간 자금이 이동할 때 금리, 환율 등과 같은 가격변수뿐만 아니라 투자대상국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보다 중요한 고려요소가 됩니다. 한국에 유입된 채권투자자금의 투자 주체는 대부분 각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국제기구 등 공공성이 높은 장기 기관투자자입니다. 이런 대형 장기 투자자는 투자대상국의 유동성, 신용위험 및 중장기 경제 여건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경상수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등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경제여건이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매우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반면 최근 터키에서 나타났듯이 대외 건전성이 낮아 신용위험이 높고 고물가 등으로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할 경우에는 자국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높더라도 투자자금이 빠져나갑니다. 기준금리가 10%대인 일부 신흥국들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실행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국제 채권투자에 있어 투자대상국 경제의 중장기적 안정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명종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한국 금리#미국#외국인 투자#채권#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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