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19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104.85) 대비 0.04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은 -0.04%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처음이다.
통계청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저조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은 올해 봄~여름 기상 여건이 좋아 공급이 원활했는데 채솟값이 폭등했던 전년의 기저 효과까지 겹쳐 물가를 낮췄다는 것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물가 상승률에 농산물은 -0.53%포인트, 석유류는 -0.30포인트만큼 기여했다”며 “외부 요인이 큰 농산물 가격과 유가에 의해 지수에 큰 변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두고 이 과장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소비 부진의 영향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이고 정책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2%대의 경제성장률 기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도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정책협의회를 열어 한국은행과 물가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책을 논의한 뒤 “디플레이션은 아니다. 연말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최근 저물가 상황이 일본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을 때를 보면 부동산 등 자산에 상당한 거품이 있었고 (그게 꺼지면서) 주식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컸다”며 “한국은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변동성이 초래될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물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전조현상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지수도 마이너스라는 건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이미 진행중이라는 것”이라며 “명목 GDP가 더 떨어져 정부가 세수 확보에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기업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경기 하락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