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벡스’ 개발
위 보며 팔 올려 일하는 근로자 근력 보조해 질환 줄고 능률 향상
3kg 공구도 거뜬… 내년 공장 보급
“마치 ‘아이언맨’이 된 것 같다.”
올 1월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차량 하부 나사 조임 등의 작업을 담당하는 현장 직원이 감탄사를 뱉었다. 현대·기아차가 공동 개발한 구명조끼 형태의 착용형(웨어러블) 로봇 벡스(VEX)를 입으니 힘을 적게 들이고도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착용형 로봇 벡스를 12월부터 계열사 현대로템을 통해 양산한다고 4일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외 공장에 벡스를 2020년부터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범 착용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현장에서는 “작업이 즐겁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벡스는 장시간 팔을 들어 올려 작업하는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여주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최대 5kgf(킬로그램힘)의 힘을 내는데, 이는 일반 성인이 3kg 공구를 들어도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는 수준이다. 무게는 2.5kg으로 경쟁 제품 대비 최대 1.8kg 가볍다. 박상인 현대·기아차 로보틱스팀 파트장은 “미국 공장에서 벡스를 착용한 직원 중에서도 어깨 관절이 안 좋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다른 제조업체와 물류 기업 등에도 벡스를 납품할 예정이다. 가격은 3000달러(약 366만 원)로 경쟁 제품보다 2000달러가량 싼 수준이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10월 개발한 첫 착용형 산업용 로봇인 첵스(CEX)도 연내 양산에 돌입한다. 첵스는 생산 직원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 관절 보조 로봇으로 1.6kg의 무게로 150kg의 체중까지 지탱할 수 있다.
생산 직원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착용형 로봇은 미국 포드, 일본 도요타, 독일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지역 공장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양산까지 진행하는 완성차 업체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김규정 현대·기아차 로보틱스팀 책임연구원은 “착용형 로봇을 직접 개발하고 양산하기 때문에 국내외 현장 직원들의 체형과 작업 환경 등 모든 것을 세분화해서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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