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실적이 바닥인데 내년에 성과를 낼 테니 연봉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반면 B씨는 좋은 실적을 내고 급여를 올려달라고 회사에 요청했죠. 상식적으로 누구 연봉을 올려줘야 할까요?”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지원으로 겨우 회생 발판을 마련한 한국지엠(GM) 전면파업을 바라보는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한국지엠에서 부분파업은 잦았지만 전면파업은 2002년 GM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다.
군산공장 폐쇄 후 지역경제 파탄, 8000억원에 달하는 산은 자금지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 양보로 살길을 텄는데 노조는 임금인상 등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넘긴지 1년 반만에 파업을 강행했다.
16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근 5년간 누적적자만 4조원에 달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지엠은 산업은행과 GM본사의 회생계획 합의라는 인공호흡기 덕에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수많은 희생을 발판으로 회생의 길을 열었는데 2년도 안 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침묵을 지키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차 “평균 연봉 1억원씩 받는 분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쓴 소리를 내뱉을 정도다. 한국지엠 노조 파업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회사 생존이 불투명하다면 일단 공장 경쟁력을 강화한 후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지엠 노조는 이같은 순서를 거꾸로 뒤집었다. 많은 이해관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누적되면 애써 찾은 회생 기회를 노조가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회사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고 공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조가 전면 파업의 이유로 “부평 2공장의 장기 미래계획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협은 임금 등을 협의하는 절차로 부평2공장의 신차배정 계획 등이 주요 의제가 아니다.
임협 주요 의제가 아닌데 이를 이유로 파업을 결정했다. 언뜻 합당해 보이지만 갈등의 본질은 임금인상 요구다. 주객이 전도됐다.
더욱이 회생계획에 따라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상화 방안은 이미 추진 중이다. 이를 가로막고 있는 건 파업이다.
지난해 5월 GM, 정부, 산업은행 등 주요 이해 관계자들은 회생계획을 확정하고 부평과 창원에 각각 차세대 SUV와 CUV 등 두 차종을 배정했다.
같은해 7월 GM은 부평 2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트랙스 연장 생산 및 2공장 이전을 결정하고 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7만5000대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설비 투자가 진행 중인데 물량이 늘어나면 2공장 가동률은 자연스레 끌어올릴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부평2공장 경쟁력 확보는 물론 군산공장 무급휴직자들의 생산라인 재투입 등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평 2공장 경쟁력 제고 방안은 이미 진행 중인데 파업이라는 복병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이 부분을 꼬집었다. 이 회장은 “파업 때문에 트랙스 생산 물량을 멕시코로 가져간다고 하는데 이는 합의 외 물량이어서 산은이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GM이 철수할 경우 산은보고 책임지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부평 2공장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2교대 전환을 통해 군산 무급 휴직 인력을 포함해 회사 내 유휴 인력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차량을 적기에 공급하고 이를 밑천으로 노사 스스로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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