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삼성전자 8K TV 다시 만들어라”…고강도 비판

LG전자 관계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8K TV 기술설명회’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와 LG전자 나노셀 8K TV를 비교해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경쟁사와 우리가 함께 만든 약속처럼 기준에 맞는 제품으로 변하기를 희망한다.”(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

LG전자가 삼성전자를 향해 “합의한 국제 기준에 맞는 8K TV를 다시 만들라”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QLED 8K’ TV가 디스플레이 관련 국제 성능측정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이라는 얘기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8K 기술설명회’에서 “삼성전자의 8K TV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격에 한참 못 미쳐 결과적으로 8K를 표현 못하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남 전무는 “삼성전자의 지금까지 행보는 TV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엔지니어 관점에서 안타깝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8K TV 시장을 주도하고 싶다면 단순히 모델만 늘리는 게 아니라 국제적 인증 규격에 따라 제대로 구현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LG전자가 개최한 기술설명회는 앞서 지난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한 삼성전자 8K TV의 화질 선명도 규격 미달 논쟁의 연장선상이다.

그간 LG전자가 국내에서 자신들의 TV 신제품 출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쟁사 제품과 ‘비교시연’을 진행한 적은 수차례 있었으나, 단순히 경쟁업체의 문제점을 꼬집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LG, 소니 등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가입된 ICDM이 4K나 8K 같은 특정 해상도로 인정하는 기준으로 화질 선명도(CM) 값이 50%를 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75인치 QLED 8K TV의 경우 1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LG전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개최한 ‘8K TV 기술설명회’ 체험존에 삼성전자의 QLED TV가 분해돼 전시돼 있다. © 뉴스1

LG전자는 이날 행사가 열리는 트윈타워 33층에 자사의 75인치 8K 나노셀(LCD) TV와 삼성전자의 75인치 QLED(컨텀닷-LCD) 8K TV를 비교하며 기술 시연도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직접 분해한 뒤 LCD TV의 최대 특징인 백라이트유닛(BLU)과 색재현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된 퀀텀닷 필름까지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QLED TV는 학계에서 인정받는 퀀텀닷 소재를 활용한 자발광이 아닌 QD 시트를 추가한 LCD TV에 불과하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LG전자는 삼성전자의 2018년형 65인치 QLED 8K TV도 체험존에 전시했는데 이 제품의 경우는 화질 선명도 값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ICDM의 기준을 충족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올해부터 경쟁사가 시야각 개선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한 점을 감안하면 울트라 와이드 앵글 세팅 과정에서 가로상의 화질 선명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SID 산하 ICDM(국제디스플레이 계측위원회)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 기준 © 뉴스1

LG전자는 향후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알리고 경쟁사를 향한 기술 논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정석 상무는 “우리가 접촉하고 있는 고객은 한국 외에 글로벌 시장도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무는 “삼성전자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할 것으로 본다”면서 “8K TV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와 우리가 만든 약속(ICDM 국제 기준)에 맞는 제품으로 변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논란이 된 QLED 8K TV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제품을 판매하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내 기업간 ‘진흙탕 싸움’ 같은 시선에 대해서 LG전자는 “이제 막 태동하는 8K TV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을 바로잡고 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에서 기업 스스로가 벌이는 자정 노력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