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업자인 A씨는 역세권에 위치한 꼬마빌딩을 4살배기 손주에게 양도하면서 계약금만 받고 별도 잔금없이 소유권을 이전했다. 사실상 매매를 가장해 손자에게 부동산을 편법으로 증여한 것이지만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빌딩을 물려받은 손주에게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일부 기업 사주와 부동산재벌, 고액자산가 등은 이같은 변칙 상속·증여와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부를 이전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적발한 탈세 혐의 고액 자산가의 탈세수법은 더 악의적이고 교묘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명회사를 이용해 기업자금을 유출하는 고전적인 수법 뿐 아니라 우회거래, 신종 자본거래 등도 등장했다.
상장법인 B기업 사주 C씨는 친인척과 임직원 명의로 기업 주식과 비상장법인 D기업의 주식을 차명보유한 뒤 주식의 장내 양도와 유상감자를 통해 수십억원을 회수해 자녀에게 편법 증여했다. C씨는 친인척 및 임직원과 주식거래 과정에서 양도세와 소득세를 포탈했으며 C씨의 자녀는 증여세 탈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E기업은 해외펀드를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F기업의 고가발행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시키면서 F기업 주식을 취득한 해외펀드와 풋옵션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F기업 주식을 인수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가치를 상승시켜 우회적으로 사주 자녀들에게 세금 부담없이 변칙 증여한 것이다. 사주 자녀들은 F기업 주식가치가 오르면서 증여세 한 푼도 내지 않고 부당이익을 누리게 됐다. 국세청은 이같은 탈루 혐의를 적발하고 사주 자녀가 받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 300억여원을 추징했다.
자식과 손주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과한 사랑도 적발됐다. G기업은 사주 손자의 세무조사와 불복청구 수임료를 대신 부담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아내와 며느리에게 고액의 급여를 부당 지급해 법인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하다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법인세와 소득 귀속자인 사주일가에 소득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H씨는 10대 아들에게 꼬마빌딩을 증여하면서 환산가액(시가)보다 낮은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축소 신고하다 덜미가 잡혔다. 세법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는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 기준시가와 환산가액 중 큰 금액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H씨는 낮은 기준시가를 적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아들에게 증여세 30억~40억원을 추징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사주일가를 포함한 고액 자산가 중 악의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훼손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219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추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총재산은 9조2000억원으로, 1인당 평균 419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연소자 부자 일가의 평균 보유금액은 111억원에 달했으며, 미성년·연소자 부자 1인당 평균 재산은 44억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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