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보험성 조치 강조하며 추가 인하엔 명확한 신호 안줘
트럼프 “배짱도 비전도 없어” 비난… 한미 기준금리 격차 0.5%P로 축소
해외 자본 유출 우려 낮아져… 李총재 “통화정책 운용부담 덜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 시간) 두 달 만에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연준이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면서, 한국은행이 10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정책금리를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전개 상황의 함의를 고려했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잠재적 하방 리스크에 대한 보험성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았다. 파월 의장은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며 “경제가 나빠져서 더 공격적인 인하를 해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금리 인하가 불충분했다며 “파월과 연준은 또 실패했다.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맹비난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줄어들게 됐다. 자본유출 우려가 낮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출근길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해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며 “여타 국가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을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연준이 경기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추가 인하 여지를 닫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이미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진입했을 뿐 아니라 대내외 악재가 쌓이며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깊어진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기가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0%대 금리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로 한 번만 더 금리를 내리면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도달한다.
다만 저금리의 부작용도 심각한 만큼 한은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계대출 규모가 커지고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도 계속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 지금껏 가보지 않은 최저 금리의 길을 가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리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홍콩은 19일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낮췄고,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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