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는 클수록 좋은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4일 03시 00분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상품 수출이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경상수지는 무엇이며 왜 관심을 받을까요?

A. 한 가정에서 가장의 월급날은 무척 중요한 날입니다. 월급날 아버지(어머니)들은 퇴근길에 산 치킨과 과자를 한 아름 들고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집으로 들어옵니다. 가장의 월급으로 집세도 내고, 반찬과 생필품도 사고, 가끔은 가족 여행도 다녀옵니다. 아껴 쓰고 남은 돈은 은행에 저축도 합니다. 월급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며 미래를 위한 저축의 근간이 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계에서 국가로 범위를 넓혀 볼까요? 가계에서 가장의 월급 등 밖에서 벌어오는 소득이 중요한 것처럼 국가에서는 다른 나라와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외화를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수입할 수 있고, 여유 자금이 있다면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과거에 빌렸던 돈을 갚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 얼마나 벌고 썼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답은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국제수지 통계의 경상수지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한 국가가 외화를 벌어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국내에서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면 됩니다. 상품 수출은 오래전부터 한국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의류, 신발과 같은 노동집약적 제품을 주로 수출했습니다. 자본이 축적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배,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술집약적 제품으로 수출 주력 상품이 바뀌었습니다. 한국 상품은 외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운송, 여행, 건설 등이 해당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가면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식사, 숙박, 쇼핑 등 관광하며 쓴 돈이 여행서비스 수출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입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상품의 수출과 수입 차이를 상품수지라고 합니다. 상품 수출이 수입보다 크면 상품수지가 흑자를 나타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서비스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서비스수지라고 합니다.

또한 노동이나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돈과 나간 돈의 차이를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아무 대가없이 주고받는 이전소득수지도 있습니다.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를 모두 합한 것을 경상수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걸까요? 가계는 돈을 많이 벌고 저축 금액이 클수록 좋겠지만 국가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 거래상대방은 그만큼 경상수지 적자를 내게 됩니다. 특정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나치게 크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미중 무역전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갈등도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과도한 적자를 보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처럼 기축통화(세계 여러 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돈)를 발행하는 나라가 아닌 이상 다른 나라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려면 외화가 필요합니다. 이에 국가들은 대체로 경상수지 흑자를 추구합니다.

한은이 발표하는 국제수지 통계는 한국이 외화를 얼마나 벌고 쓰는지, 남는 돈은 어디에 투자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입니다. 국제수지 통계는 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발표됩니다. 10월에는 8월의 국제수지가 발표되는 식이죠. 중요한 자료인 만큼 통계 작성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모으고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달 나오는 국제수지 통계를 통해 한국이 상품을 얼마나 수출했는지, 서비스수지는 개선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보면 우리 경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보성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 과장
#경상수지#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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