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가 24일 한일 경제인들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 근로자 배상과 관련한 한국 대법원 판결이 양국 경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가미네 대사의 발언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 어렵게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최근 들어서는 한국에서 일어난 불매운동 등이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에 우려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6월 아태정책연구원 외교포럼에서도 “최근 한일 관계를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피해자 관련) 판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 대법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 간 청구권 협정을 위반하는 판결이었고, 지금까지 협정을 기반으로 구축해 온 한일 협력의 기반을 뒤집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양국 간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한일 경제인들이 모인 회의에서도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축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석했던 도쿄에서의 제50회 한일경제인회의에 대해서는 “기념비적인 50회 회의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특히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회의가 열린다”라고 말해 한일 관계가 불과 몇 달 사이에 급랭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번 회의에서 양국 교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관계를 정진시키는 계기가 되는 회의가 되길 기원한다”는 말로 축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은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은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라며 양국 경제협력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촉구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일 양국은 숙명적 이웃으로서,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세계시장에서 선의로 경쟁하면서, 최대한의 협력을 통하여 공존공영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제인들이 우선 자주 만나고 그러다 보면 정치인들도 만나고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일 경제상황이 어려우니 양국 경제인들이 잘 협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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