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하루만에 100만 원 이상 떨어졌다. 또 다른 가상통화인 이더리움과 리플도 10% 이상 폭락했다. 업계에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가 가상통화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가상통화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3시45분에는 1120만4000원이었지만, 오전 4시에는 1045만 원까지 떨어졌다. 하락세는 계속 이어져 오전 4시45분에는 970만 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1시간 만에 150만4000원이 하락한 것이다. 이더리움과 리플도 25일 오전 4시45분에 1시간 전보다 각각 15.5%, 10.1% 떨어진 18만6000원, 275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가격은 25일 오후 3시까지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루 24시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가상통화 가격이 새벽녘에 갑자기 급락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IFRS가 가상통화를 금융자산이 아닌 무형·재고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IFRS는 한국 등 전 세계 130여 개국이 사용하는 회계기준이다. 이번 판단으로 가상통화의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이 사실상 좌절되면서 가상통화의 활용가치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가상통화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가상통화 가격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백트는 23일 거래를 시작했지만, 첫날 거래량이 72비트코인에 그치는 등 반응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시세 폭락이 오전 3~5시 사이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일부 ‘큰손’이 대규모로 물량을 쏟아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최근 페이스북이 가상통화 ‘리브라’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가상통화 가격이 한동안 오르면서, 차익 실현 기회를 노리고 있던 투자자들이 가격이 다소 떨어지기 시작하자 일제히 보유 통화를 내다 팔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통화 거래소가 스스로 가상통화를 사고파는 ‘자전거래’가 가상통화 가격의 높은 변동성에 한몫했을 거라 보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자전거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가상통화 가격이 10% 이상 오르고 빠지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며 “거래내역을 공시할 의무가 없는 가상통화거래소는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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