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청약에 현금부자가 대거 몰리고, 신축과 재건축 아파트에서 연일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주택시장 전반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아파트2차 재건축) 1순위 청약 결과, 총 112가구 모집에 1만2890명이 접수해 평균경쟁률 115.0대 1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지난달 동작구에서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평균 204대1)에 이어 올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연이어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일반분양 물량(전용면적 71·84㎡)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잔금을 제외하더라도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가의 80%,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청약에 1만3000명 가까이 몰린 것은 시세차익 기대감 때문이다. 이 단지 인근에 지난해 3월 입주한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는 21억~23억원 선이다. 래미안 라클래시가 ‘5억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다.
또 정부의 예고대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조바심에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심화하면서 청약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은 지 10년이 안 된 신축 아파트 시장도 뜨겁다. 서초구 반포동 대장 주인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구 34평형)이 지난 7월 32억원에 거래된 것이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장했다. 역대 최고가다. 3.3㎡(평)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400만원대로 ‘평당 1억원 시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상승세는 확산하고 있다. 인근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는 지난달 48억원에 팔렸다. 5월 고점 대비 5억원 오른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27억7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강북에선 마포구 인기 단지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가 8월 16억5000만원에 팔렸다. 1년 새 3억6000만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확대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 우려가 신축 아파트 희소성까지 부각시켜 집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재건축 시장도 상승세를 확대하면서 급기야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가 등장했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인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82㎡ 주택형은 지난주 22억원에 팔렸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 7월 21억1425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정부의 거듭된 분양가상한제 예고로 매수세가 뜸해져 8월 초 20억원 초반대로 1억원 이상 하락했다. 그러다가 몇 주 전부터 매수세가 다시 회복하면서 단숨에 2억원이 올라 이달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인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와 강동구 둔촌주공 1단지에서도 신고가가 잇따랐다.
최근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민간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재건축 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기회를 틈타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고공행진 하는 분양가를 잡고,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상한제를 이르면 10월부터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에도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후 분양가상한제 시행 연기 가능성을 거듭 밝히면서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어설픈 규제 시그널이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의 조바심을 야기하고, 자산가에게 투자 기회를 마련해준 꼴이 됐다”며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완화하고, 시장 전반을 안정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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