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 안에 동해 문어가 ‘쏙’… “쫄깃한 식감이 재미있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일 03시 00분


[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5> ‘거동탕수육’ 김지훈 대표

스무 살 때 무작정 토스트 장사에 나섰다가 쓴맛을 경험하고 한참 뒤에야 어릴 적 꿈꿨던 음식점 사장으로 작은 성공을 경험한 거동탕수육 김지훈 대표.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기본을 잃지 않는 자세로 동해시의 자랑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스무 살 때 무작정 토스트 장사에 나섰다가 쓴맛을 경험하고 한참 뒤에야 어릴 적 꿈꿨던 음식점 사장으로 작은 성공을 경험한 거동탕수육 김지훈 대표.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기본을 잃지 않는 자세로 동해시의 자랑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강원 동해시 발한동에 위치한 ‘동쪽바다중앙시장’. 이름만 들어도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이 넘쳐날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다. 평일 유동 인구는 많지 않지만 주말에는 인근 묵호항, 망상해변, 일출의 명소인 추암촉대바위 등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70여 년의 전통을 지켜 가면서도 고객 편의를 위해 노후화된 화장실 등을 신축하고, 주차장 공간을 확보했다.

시장 정문 초입에 ‘거동탕수육’ 매장을 오픈한 김지훈 대표(35)는 요식업 창업의 꿈을 이곳 동해에서 펼쳤다. 대형마트 매장에서 8년 가까이 근무하며 점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김 대표는 2016년 어린 시절 꿈꿨던 요리사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준비 없이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었다. 이미 그는 스무 살 때 푸드트럭을 구매해 토스트 장사를 했다가 ‘망한’ 경험을 ‘밑천’으로 갖고 있었다. 게다가 대형마트에서 근무해 봤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하고, 재료 유통과 구입 및 관리, 신선도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노하우를 체득했다. 김 대표는 “처음 푸드트럭을 할 때는 손님들에게 ‘어서 오세요’라는 말도 못 했다. 아무 준비 없이 장사를 하면서 겪은 낭패가 하나둘이 아니다. 장사는 역시 기본부터 제대로 익히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그는 창업을 하기 전 꽤 오래 시장 조사를 했다. 전국의 야시장과 축제 때마다 길거리에 오픈한 푸드트럭의 음식은 죄다 맛을 보고 분석했다. 짬 날 때마다 닭볶음탕 같은 거창한 메뉴를 ‘테이크 아웃’ 제품으로 만들어보는 연습도 자주 했다. 그러다가 탕수육이 김 대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전국 축제나 야시장에 탕수육 메뉴는 없더라고요. 그러면 뭔가 차별화된 탕수육을 만들어보자고 고민하던 차에 그해 동해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년몰 운영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죠.”


동해시에 가 본 것이 묘수가 됐다. 동해시는 국내산과 외국산이 모이는 문어 집결지다. 자연스럽게 ‘거동탕수육’의 대표 메뉴인 ‘문어탕수육’이 나오게 됐다. 김 대표는 문어에 돼지 등심을 전분으로 버무려 튀겨낸 신메뉴로 2016년 10월 점포를 오픈했다. 오픈하면서 방송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장사 초기 어려움도 있었다. 20kg짜리 큰 문어를 매일 일정한 크기로 썰어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정육업체에 문어 크기에 등심 크기를 맞춰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힘들었다. 또 문어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테이크 아웃’ 탕수육 메뉴를 고객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생각에 가격을 4900원대로 정하다 보니 매출 이익에서 상당한 손해를 봤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맞은 장사 3년째. 현재는 문어탕수육의 맛은 물론이고 매출 관리에서 차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이 꽉 차고 쫄깃하게 알맹이가 씹히는 독특한 탕수육의 면모를 찾았다. 대형 백화점에도 일시 팝업스토어로 입점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나 앱 등에서의 온라인 주문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성수기에는 월평균 1500만 원 가까이 매출을 올렸다. 무엇보다 주변 유통업자들과 친분을 쌓고,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맞춤 재료를 공급받게 된 것이 기쁘다.

“등심이 3이면 문어는 1의 비율로 튀겨요. 지인의 도움으로 경북 안동의 한 정육점에서 문어 크기에 맞춰 자른 신선한 등심을 1주일에 3번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더 풍성한 탕수육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죠.”

이제 호기심으로 문어탕수육을 찾았던 고객들이 계속 찾는 메뉴, 나아가 이곳이 ‘동해바다전통시장’의 ‘시그니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 대표에게 동해는 인생 2막을 열어준 땅이다. 동해에서 결혼해 아이를 얻었고, 지금은 양가 부모님과 매형 등 온 가족이 ‘동해 패밀리’가 됐다. 그래서 더 안주할 수는 없다. 문어탕수육의 품질을 계속 높이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어린 시절 망한 경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절대 자만하진 않겠습니다.”

진심 어린 각오를 듣고 나니 탕수육을 만들다가 양쪽 팔에 수없이 기름이 튀어 생긴 화상 흉터가 유난히 더 선명해 보였다.


▼ ‘탕수육 혁명’ 경쟁력 원천… 스토리 입히면 금상첨화 ▼

이정희 중앙대 교수

○ 칭찬해요

① 다양한 고객층을 위한 메뉴=탕수육은 고객층으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중식당의 대표 음식이다. 튀김 음식을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탕수육의 수요는 더 커질 것이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음식 메뉴다.

② 차별화된 마케팅=일반 탕수육은 돼지고기가 주재료인데, 거동탕수육은 동해에 위치한 음식점의 특성을 반영했다. 문어와 돼지고기를 써서 기존 탕수육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③ 돋보이는 상인 정신=소비자가 원하는 메뉴의 차별화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도전과 혁신 정신이 잘 엿보인다. 푸드트럭과 대형마트 점장으로 음식 사업에 대한 간접 체험을 했고 또한 창업 실패 경험도 있어서 마음의 준비가 잘되어 있다는 게 김 대표의 경쟁력이다.

○ 아쉬워요

① 부족한 인력=메뉴가 인기를 얻으면서 김 대표가 할 일이 많아졌다. 이것저것 관여해야 할 게 많은데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백화점 입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판로가 확대되고 대외 활동 요청이 많아졌다. 업무 분담을 위한 인력 확충이 요구된다.

② 스토리를 강화하는 마케팅 노력 강화 필요=동쪽바다중앙시장에 위치한 거동탕수육은 동해바다, 전통시장, 문어탕수육을 주요 소재로 해서 앞으로 동해를 찾는 관광객이 꼭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 스토리를 더 발굴해 간다면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전통시장 전용 모바일상품권도 있어요” ▼

5000원부터 10만원까지 5종, QR코드 결제… 10% 할인 혜택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확산됨에 따라 고객 편의에 맞춘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종이 온누리 상품권은 지정된 금융기관(시중 14곳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방문해 구매해야 한다. 모바일 상품권은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정된 참여기관(은행·결제사) 결제 앱을 통해 개인 계좌 출금 방식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상품권은 5000원, 1만 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으로 원하는 권종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개인 구매 시 10% 할인된 금액으로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서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을 이용하면 할인,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결제 앱을 실행하고 상품권을 선택한 후 가맹 점포에 비치된 QR코드 결제판에 대기만 하면 쉽게 결제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개인 간 ‘선물하기’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한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온누리 모바일상품권 운영 안정화를 위해 가맹 홍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단 고객의 사용처 확대를 위해 주요 시장 300여 곳에 우선 가맹을 유도하고 점진적으로 전국 전통시장 및 상점가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가맹신청 및 사용 관련 문의는 제로페이 콜센터, 중소기업통합콜센터.

동해=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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