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이모 씨는 지난해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한 뒤 해고돼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한 상사는 6개월 뒤에야 고용부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근로감독관이 두 번 바뀌어 이 씨는 증언을 되풀이해야 했다. 근로감독관은 법인카드 사용 부정을 이유로 해고했다는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씨는 “조사만 충실하게 했어도 이 결론을 납득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2일 고용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6월까지 이 씨처럼 직장 내 성희롱 신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신고는 213건 들어왔다. 고용부는 이 중 19건(8.9%)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처리 중인 4건을 뺀 190건(89.2%)은 법 위반이 없다고 보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조사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적지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내사 종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근로감독관이 성희롱에 대해 지침과 다른 판단을 하기도 했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A 근로감독관은 “지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고 봤다. B 근로감독관은 “회사에 고충을 말하지 않아 성희롱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하급자의 성희롱도 성희롱이다. 또 피해자가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희롱 피해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가 둔 남녀고용평등법 전담 근로감독관과 자문기구 역할도 미진하다. 전담이 아닌 일반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사건을 맡은 경우가 많았다. 전국 47개 중 40개 지방노동청은 자문기구인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를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실하게 조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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