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광둥성 후이저우에 있는 삼성전자의 마지막 휴대전화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중 수교가 체결된 1992년 가동을 시작한 후 27년 만이다.
7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후이저우 법인 측은 “회사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후이저우 공장 가동 중단이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생산 장비 등은 회사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 따라 재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이저우 공장 가동 중단은 이미 6월부터 예견된 조치였다. 지난해 톈진에 있는 휴대전화 생산시설 가동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6월경 후이저우 공장 생산직 근로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제조의 중심축을 베트남과 인도로 삼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대신 중국 내에서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을 확대하고, 베트남과 인도를 휴대전화 자체 제조의 중심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인도는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올해만 두 번째로 방문하는 등 최근 삼성이 공들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초에는 일본 소니도 최근 베이징에 있던 휴대전화 공장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삼성, 소니가 중국에서 휴대전화 공장 문을 닫는 까닭은 현지 공장 운영이 손해 보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4대 중국 스마트폰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이 가까스로 9%를 유지했고 삼성은 1% 수준이다.
자동차 시장도 판매가 뚝 떨어지며 국내 자동차 기업들도 중국 내 공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에 베이징 1공장을, 기아자동차는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나온 데 이어 제조 대기업들도 중국 내 생산시설 구조조정에 잇달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대기업들이 완전히 ‘탈중국’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휴대전화 시설을 빼지만 시안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등 반도체에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LG 역시 최근 광저우에 대규모 디스플레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은 방을 빼기에는 여전히 중요하고, 정치적으로도 고려할 부분이 많아 늘 고민스러운 시장”이라며 “경쟁 우위에 있는 첨단 부품 분야는 여전히 중국 투자에 득이 있지만 휴대전화, 자동차 등 현지 판매가 저조한 소비재 업종은 현지 인건비 상승, 성장률 둔화 등 미래 전망이 밝지 않아 탈중국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전화 생산시설 철수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 역할을 베트남이나 인도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월 삼성의 철수 움직임을 다루며 “삼성의 행보는 세계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걱정을 갖게 한다”며 “특히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 등지로 이동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달 초 닛케이아시안리뷰가 일본 내 주요 기업 임원 및 매니저 10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3.9%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사업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미중 무역분쟁이 최소 10년 이상 갈 것이라고 봤다.
한국 제조 대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이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동남아시아, 인도로 눈을 돌리면서 베트남이 최근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미국 수출은 33% 늘어난 반면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12%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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