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1층서 로봇에 음식 전달뒤 배달번호-층수 누르면 자율이동
쇼핑몰-영화관 등 진출 계획
中 어러머-美 아마존도 속속 진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19층짜리 건물인 장은빌딩에 핫도그가 배달됐다.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직원들이 잘 시켜 먹는 간식이다. 보통은 배달원이 건물 내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주문한 사람이 직접 1층에 내려가 받아와야 한다. 하지만 이날은 배달원이 1층 로비에 있는 배달로봇 ‘딜리타워’ 안에 핫도그를 넣고 떠났고, 로봇이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문자 앞에까지 배달해줬다. ○ 마지막 1마일, 마무리는 로봇이
미국 아마존, 중국 어러머(중국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로봇 라스트마일(마지막 1마일이라는 뜻으로 손님 바로 앞까지의 이동을 의미)’ 시장에 우아한형제들이 출사표를 냈다. 우아한형제들은 시범 운행을 거쳐 앞으로 주상복합단지 등 고층 건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날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딜리타워는 앞부분에 달린 서랍형 공간이 열리며 배달음식을 넣을 수 있게 돼 있다. 바퀴가 달려 있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배달원이 로봇 위쪽에 달린 스크린에 배달번호 4자리와 엘리베이터 층수를 입력하면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해당 층에 올라간다. 주문자가 배달번호를 입력하면 서랍이 열리고 음식을 내놓는 식이다.
여러 형태의 배달로봇이 있지만 우아한형제들은 고층건물이 밀집한 서울 도심 구조에 맞는 로봇을 택했다. 2017년 10월 상하이의 한 오피스빌딩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중국 어러머의 배달로봇도 딜리타워처럼 서랍이 3개 달린 타워형 구조다. 넓은 야외 평지 주택가를 타깃으로 설계되는 미국의 라스트마일 로봇들과는 다른 생김새다. 올해 1월부터 미국 시애틀의 교외 주택가에서 라스트마일 배달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마존의 ‘스카우트’ 로봇은 바퀴가 6개 달린 아이스박스 형태다.
○ 로봇 덕에 배달 한 건당 10분 단축
ICT 기업들이 앞다퉈 라스트마일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배달 수요와 배달인력 충당에 대한 셈법이 깔려 있다. 배달의민족 월 주문 건수는 올해 1월 2800만 건에서 8월 3600만 건으로 30%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건당 배달 소요 시간을 줄이고 나아가 완전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배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실제 어러머는 실내 배달로봇을 도입한 뒤 배달원의 배달 시간을 건당 10∼15분 단축했고 배달원들은 하루 평균 50%의 배달 일감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우아한형제들도 딜리타워를 통해 이전에는 주문자가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음식을 받으러 왕복하는 데 소요됐던 시간을 줄이고 배달원들의 건물 내 체류 시간도 10초 안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의 수요로 특수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타워를 위해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고유 기술을 개발했다. 짝수와 홀수, 저층과 고층 등으로 나누어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구별해서 탈 수 있고 상·하행 이동 방향이 맞을 때에만 승차하는 똑똑한 로봇을 함께 개발한 것이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딜리버리셀 이사는 “앞으로 커피숍과 음식점 메뉴는 물론 건물 내 서류나 택배 물건 등도 딜리타워가 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상복합단지, 쇼핑몰, 영화관, 사무실 등과 협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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