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이어가던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월)에는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갤럭시 노트 10’ 같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하지만 작년 동기보다 여전히 크게 부진했다.
8일 삼성전자는 2019년 3분기 잠정실적이 매출 62조 원, 영업이익 7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 61조2000억 원, 영업이익 7조 원이었는데 이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5.29%, 영업이익은 56.18% 줄었지만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46%, 영업이익은 16.67% 증가했다.
직전 분기보다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된 데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7조 원, 매출은 60조 원을 넘어서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41% 상승했다. ○ 그나마 모바일이 선방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디스플레이 패널 수령 지연에 따른 애플의 일회성 보상금 약 9000억 원이 포함됐지만 7조 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3분기에는 일회성 요인 없이 영업이익이 개선된 점이 특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지난해 4분기 이후 첫 실적 서프라이즈”라며 “충당금 환급 같은 일회성 요인보다 영업 개선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자업계에서는 모바일 사업이 영업 개선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노트10이 최단 기간 1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얻었고 중저가 A시리즈 모델 역시 잘 팔렸기 때문이다. 예전 중저가 모델의 재고 정리를 위해 2분기까지 늘어났던 마케팅 비용이 정상화된 점도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무선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2조 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분기 5%에서 8∼9%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선전했다.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판매가 늘어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도 영업이익 3조 원을 넘으며 선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부 세트 업체들이 반도체를 앞당겨 주문해 단위 가격이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 원대를 지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 내년 더 크게 회복할까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모자란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조 원대를 회복하는 등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려면 결국 메모리 반도체가 회복돼야 한다. 당장 올해 4분기까지는 전망이 그다지 밝진 않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고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 등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단 예측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부문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 근거로 “메모리 업체들의 보유 재고가 올해 말 대부분 소진되고 내년에는 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본격화, 디즈니+ 같은 새로운 콘텐츠 스트리밍 사업자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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