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공예에 꽂힌 법학도… 정성 ‘한땀’ 아이디어 ‘한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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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6> ‘마음 핸드웍스’ 안태용 대표

4일 서울 서대문구 가죽공방 ‘마음 핸드웍스’에서 안태용 대표가 직접 제작한 가죽공예품 앞에 섰다. 주문 제작 외에 기성품도 팔고 원데이 클래스 및 정규반도 운영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4일 서울 서대문구 가죽공방 ‘마음 핸드웍스’에서 안태용 대표가 직접 제작한 가죽공예품 앞에 섰다. 주문 제작 외에 기성품도 팔고 원데이 클래스 및 정규반도 운영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점가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대학생, 외국인 손님과 상인 사이의 대화로 거리가 왁자지껄했다.

골목길 안쪽으로 10평(약 33m²) 남짓 조용한 공간에 은은한 가죽 냄새가 반기는 가게가 보였다. 한쪽 벽면에 마련된 나무장엔 가방, 지갑 등 가죽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작업용 앞치마를 입은 안태용 대표(32)가 차분한 미소로 맞이했다. 올 4월 문을 연 가죽 공방 ‘마음 핸드웍스(MAUM Handworks)’다.

○ 대학원생에서 청년창업가로

3년 전, 안 대표는 일반 대학원(법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콘퍼런스 참석차 독일에 갔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그는 현지에서 가죽공방의 매력을 발견했다. 기계화, 자동화되는 일상 속에서 손수 제품을 만드는 가죽공예의 정성이 안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에 돌아온 안 대표는 공방에서 취미로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공방 주인이 보조로 일하지 않겠느냐 제안했고, 안 대표는 1년간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실력을 키웠다.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던 안 대표는 가죽공방을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창업의 꿈을 품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막막해하던 안 대표에게 동아줄이 된 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었다. 공단의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안 대표는 지난해 8월 한 달간 합숙을 하면서 창업교육 150시간을 수료하는 등 기틀을 다졌다. 단순히 공예기술을 넘어 사업에 필요한 창업이론, 브랜딩, 홍보 마케팅 전략 등을 배웠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전 청년구단(청년 창업몰)에서 실시한 4주간의 점포 운영 체험이 안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안 대표는 “창업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이 상품이면 대박 날 것’이라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는 일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단에서 2년간 임차료, 일부 인테리어 비용 등 재정적 지원도 받았다. 마음에 드는 가게 터를 찾기 위해 석 달간 발품을 팔 정도로 공을 들였다.

○ 가죽 넘어 더 다양한 수공예 꿈도

창업 6개월이 된 현재 월 매출은 약 300만 원. 만족할 순 없지만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안 대표가 주목하는 건 고객의 목소리다. 실제로 가장 인기가 높은 무선 이어폰 케이스와 스마트폰 케이스 등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 만든 제품이다. 고객 요구를 수용해 가죽공예 정규반 수업도 시작했다. 안 대표는 “애초 원데이 클래스만 실시했었는데 정규반에 대한 요구가 많아서 지난달 새로 개설했다. 기성품 판매 및 가죽공예 수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주문 제작은 안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그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들의 평소 습관에 맞춰 가죽 필통 제작을 의뢰한 한 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받는 이를 생각하며 제품을 의뢰하는 고객의 마음을 떠올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 다양한 수공예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업체 이름에 ‘핸드웍스’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가죽공예를 넘어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사람들에게 괜히 정이 가고 응원하고 싶은 브랜드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 ‘나만의 디자인’ 눈길… 온-오프라인 병행 필요 ▼

윤명길 을지대 교수

○ 칭찬해요

① 독자적인 브랜드화=기성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고 가르치는 작업실이 아니라 자체 디자인 상품을 계속 새롭게 시도하는 디자이너 공방으로서 나름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② 개별화된 상품으로서의 트렌드 부합=원데이 클래스와 정규 클래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경험 가치를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 트렌드를 반영했다.

③ 입지 양호=창업 지원 조건 중 ‘상점가’에 해당하는 이화여대 상점가로서 교통편이 좋고 학생, 관광객,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많다. 1층 점포에 입점해 초기 홍보 비용을 줄였다.

○ 아쉬워요

① 수공업의 한계=1인 공방으로서 생산량이 한정적이고 브랜드 파워가 없어서 상품 단가도 아직은 높일 수 없는 상황이다.

② 매출 확대 방안 미흡=현재 개인 고객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매출 확장을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단체 강습이나 다량 생산, 판매를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③ 고객 선호 상품의 일치화 문제=지역 특성상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저렴하고 패션화된 상품의 개발 및 판매가 필요하다. 순수 가죽 공방으로 한계가 있어 인조가죽 등으로 소재를 넓히다 보면 이미지 저하가 다소 우려된다.


▼ 상권정보시스템 유동인구 등 53종 정보 제공 ▼

중기부-소상공인진흥공단 운영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에서 예비 창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상권 정보를 제공한다. 상권정보시스템은 예비 창업자의 준비된 창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합적인 상권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상권 분석, 경쟁 분석, 입지 분석, 수익 분석, 점포 이력 등 창업 성공에 꼭 필요한 정보를 꼼꼼하게 분석한다.

상권 분석은 특정 지역·영역·업종 입력 정보를 기반으로 매출, 유동인구, 임대시세 등 총 53종의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업종 현황과 추이, 유동인구와 거주 인구, 직업·직종과 주거형태 등 전국 상세 현황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시장분석 서비스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점포 이력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상권 현황 서비스를 이용하여 상권 분석 전 예비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상권정보시스템은 많은 예비 창업자들의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소상공인들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확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궁금한 사항은 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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