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씨(28)가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재벌가 자제로서 해군에 자원입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최씨는 관련 경험을 살려 연구원으로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커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민한다. SK하이닉스에서 최근 국제 통상, 정책 대응 등의 업무를 시작한 만큼 본업의 연장선으로 시야를 넓히기 위한 활동으로 해석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민정씨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방문 연구원(Visiting Fellow)으로 이달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CSIS는 국제 안보, 정치, 경제 등에 다양한 사안에 대해 중립적이고 초당파적인 연구성과를 내는 것으로 인정받는 워싱턴 DC에서 가장 유력한 싱크탱크 중 하나다. 2009년부터는 한국 문제를 전담하는 코리아체어(Korea Chair)를 신설하고, 책임자로 한국계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임명했다.
최민정씨는 향후 CSIS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 CSIS는 전 세계에서 60~70명 규모의 인원을 선발해 매년 방문 연구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최씨는 최근 시작한 SK그룹의 사업을 중심에 두고, 연구 활동도 병행하게 된다. 최씨는 지난 8월부터 워싱턴DC의 SK하이닉스 인트라(INTRA) 조직 TL(테크니컬 리더·대리급)로 입사했다. INTRA(International Trade & Regulatory Affairs)는 SK하이닉스의 국제통상과 정책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민정씨의 이번 CSIS 연구원 활동은 본업과도 연계돼 있고, 사업의 인사이트를 높인다는 점에서 조직에도 도움이 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원 활동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사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SK그룹 차원의 고민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부친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 9월 SK하이닉스 워싱턴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내가 SK회장을 한 지 20년 동안 이런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씨가 CSIS 방문연구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던 데는 군 경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베이징대학 졸업 직후인 2014년 9월 돌연 해군사관후보생에 자원입대했다. 충무공 이순신함 전투정보보좌관으로 배치된 후 소말리아 해역 청해부대 등을 거쳐 2017년 11월 전역했다.
재벌가 자제들이 어린 나이에 고위 임원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는 것과 달리 최씨가 여성으로서 군 장교를 지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최씨는 20대 내내 한 분야에 머무르기보다는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반경을 크게 넓히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중국 유학 당시에는 용돈을 받지 않고 창업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귀국 후에는 한류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을 창업해 부사장을 맡았다. 군 제대 후인 2018년 6월부터는 중국 투자 전문회사인 ‘홍이투자’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 ICT(정보통신)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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