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뉴트로 ‘무학’출시 앞두고 ‘大鮮’ 출시
‘향수’ 자극 위해 과거 상품과 같이 한자로만 표기
대선주조 “주류는 국세청 주류고시 따라... 한자 문제없어”
국세청·식약처 “모든 식품은 식약처 소관...한글 병기해야”
대선주조가 ‘뉴트로(New+Retro)’ 열풍에 맞춰 출시한 ‘대선(大鮮)’이 상표 표기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류를 포함한 모든 식품의 표기는 ‘식품 등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법률에 따르면 주류를 포함한 모든 식품의 표기는 한글을 병행해야한다. 따라서 외국어나 한자 상품명을 쓰더라도 한글이 작은 크기로라도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대선주조가 최근 출시한 ‘대선’은 큰 글자 ‘大鮮’과 영어 ‘DAESUN’이 병기돼 있다. 한글은 찾아볼 수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대선주조가 뉴트로 열풍에 맞춰 급히 제품을 내놓다보니 이 같은 오류를 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주조는 1965년 출시된 ‘대선소주 라벨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다. 한글 버전과 한자버전 두 가지로 내놨는데 한자 버전이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대선주조는 과거 옛 대선소주의 감성을 살리기 위한 패키지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주조는 기존 제품 라벨에 계절적 특징을 담은 ’계절 대선‘을 매번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글과 한자버전의 두 가지 라벨로만 출시했다.
특히 이번 제품은 라벨 외에 알코올 도수, 성분, 병 색깔 등 기존 제품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도 ‘급조’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부산·경남 지방 소주시장의 판도 변화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영남권에서는 무학과 대선주조가 전통적인 라이벌이다.
무학이 ‘좋은데이’를 앞세워 영남권 시장에서 70% 이상의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었으나 최근 수도권 진출에 주력하는 사이 대선주조의 ‘C1’에 부산지역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무학으로서는 부산시장을 탈환하고 영남권도 사수해야하는 위기다. 대선주조는 부산에서의 매출 상승 기세를 이어가 영남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소주 수요를 늘리고 있는 게 바로 ‘뉴트로’열풍이다. 두 업체가 뉴트로 제품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다.
대선주조 뿐만 아니라 무학도 내달 ‘뉴트로’ 컨셉을 적용한 신제품 ‘무학’ 출시 준비를 마쳤다.
‘무학’ 패키지에는 사명 ‘무학(無鶴)’을 한자로 새겨 넣되 한글도 같이 들어간다. 과거 기업명을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해오던 시절 무학은 1995년 업계 최초로 ‘화이트’를 출시했지만 이번에는 다시 과거로 회귀해 기업명을 그대로 써 무학소주에 향수를 갖고 있는 중장년층과 뉴트로 트렌드를 즐기는 젊은층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들 두 업체가 앞다퉈 뉴트로 제품을 출시한데는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최근 ‘뉴트로’의 원조인 하이트진로의 ‘진로(진로이즈백)’의 선전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진로’는 초기 물량이 달려 지방까지는 공급이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전국권에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뉴트로는 ‘애향심’에 기대는 측면도 있어 지역 소주가 충성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에 진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뉴트로 제품 출시를 서둘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대선주조측은 ‘大鮮’ 표기와 관련해 “주류의 경우 국세청의 ‘주류의 상표 사용에 관한 명령 및 고시’에 따르면 된다”면서 “따라서 한자만으로 상품명을 표기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식품 등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모든 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 대선주조측이 주장하고 있는 국세청의 해당 고시 역시 이 법률 시행 이전에 이미 삭제됐다.
식약처 측도 “해당 법률 제정으로 주류를 포함한 모든 식품은 외국어와 한자를 쓰더라도 한글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 대상이며, 수정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글 표기를 빼고 한자만 쓰거나 외래어나 신조어로 상품명을 쓰는 최근 트렌드에 대해 국어학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태형 동아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신조어나 한자 및 외래어의 남용이 의사소통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이윤을 위해 정해진 언어규범을 벗어나선 안된다”면서 “특히 소비재의 경우 다수가 사용하고 향유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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