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난양공大 교수팀 조사… 공급업체에 강한 신뢰감 심어줘
적극 협력 이끌어내 기업가치 높여
자기 확신이 지나친 최고경영자(CEO)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다가 과도한 투자, 무분별한 인수합병, 잦은 분식회계로 기업 가치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과신 리더십이 잘만 쓰면 얼마든지 ‘약(藥)’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케니 푸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1921개 기업을 대상으로 CEO의 자기 과신적 리더십이 공급업체의 자발적 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리더십은 공급업체의 협력을 이끌어내 기업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이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와 한배를 같이 타는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자기 과신적 리더십이 도움이 됐다.
실제로 기업이 제품을 원활히 생산, 판매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원재료를 제공하는 공급업체의 자발적인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고객사에 재료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건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 고객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공급사의 생존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급업체로부터 제조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이 비용과 위험에 대한 부담을 불식시켜 줄 정도로 CEO가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푸 교수 연구팀은 AT&T라는 애플 협력업체가 스티브 잡스의 확신 넘치는 리더십을 믿고 기업의 운명을 아이폰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면서 CEO의 리더십이 동반자적 협력관계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자기 과신 상위에 속한 CEO 그룹은 평균적인 수준의 CEO 그룹에 비해 협력업체 수가 약 18% 많고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확률도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자기 과신 그룹의 생산비는 평균 생산비보다 2.3%포인트 낮았고, 제품 가격은 16.2%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CEO의 자기 과신 성향은 때때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지나치면 의사결정 오류로 연결되지만, 상황에 따라 거래 상대방에게 강한 신뢰를 심어줌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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