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부터 신한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KB국민은행의 계좌에 접속해 잔액을 확인하고 송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은행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결제망이 개방되는 ‘오픈 뱅킹’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저마다 편리한 앱 하나를 골라 다른 은행 앱에 접속할 필요 없이 쉽고 빠르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산 관리와 간편결제 역시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을 끌기 위한 시중은행의 ‘앱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카드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는 ‘앱 결제’ 속도
오픈 뱅킹은 말 그대로 은행 계좌를 외부에 개방하는 제도다. 지난해 1월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0일 시중은행 10곳 안팎이 오픈 뱅킹을 시범 실시하며 서비스를 시작한다. 12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은행 18곳과 보안 점검을 통과한 핀테크 기업으로 확대된다.
지금도 금융결제원은 초보적인 오픈 뱅킹을 중소 핀테크 기업과 시행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은행 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연매출 1500억 원 이하의 기업으로 제한돼 있고 은행끼리 결제망도 닫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핀테크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도 비싸 오픈 뱅킹의 활용도가 낮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결제망 공유 대상을 더욱 넓히고 수수료도 현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오픈 뱅킹이 시행되면 하나의 앱으로 여러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우선 계좌 조회와 이체, 자산 관리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특히 앱을 이용한 간편결제도 확산될 수 있다. 신용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앱을 구동해 자신의 계좌에서 가게 주인의 계좌로 송금하는 일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 뱅킹을 통한 모바일 앱 결제는 계좌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니 소비자들이 지출 내용을 관리하기 좋고 자영업자들도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자사 앱에 타행 계좌를 등록해 쓰면 송금 수수료를 면제하는 은행도 있다.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도 다양하게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도 모든 은행의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활용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이 생길 수 있다. 업계는 벌써부터 제2, 제3의 토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 은행들 ‘대세 앱’ 선점 경쟁 치열
오픈 뱅킹에 대비해 은행들은 ‘우리 앱으로 모든 계좌가 통한다’는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전략이 여러 앱을 통합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인 ‘쏠(SOL)’은 지난해 2월 6개로 나뉘어 있던 앱을 흡수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5개의 앱을 통합한 ‘NH스마트뱅킹 원업’을 내놨다.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앱은 타 업체에 데이터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14개의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고객들은 뱅크샐러드의 소액대출 한도 조회나 아톤의 증권 추천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앱은 30여 개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고객들은 토스나 카카오페이 앱에서 하나은행 계좌를 통해 환전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필요한 기능만 담은 ‘가벼운 앱’을 내세운다. ‘리브’의 경우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송금이나 대출, 외환 같은 주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리브똑똑’은 대화형 뱅킹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마치 지점을 방문해 은행 직원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한 은행의 계좌가 여러 플랫폼에 공개되는 만큼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결제원은 핀테크 기업의 신청을 받아 보안 점검 비용을 지원하고 테스트를 통과한 핀테크 기업에만 결제망을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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