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이 전 분기보다 줄어든 데다 민간 부문의 회복이 더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2%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 투입은 물론이고 소비와 투자도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대내외 변수로 위축돼 있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이 0.5∼0.6%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올해 성장률을 2.0∼2.1%로 제시했다는 점과 분기별 잠재성장률 수준 등을 감안해 추정한 수치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으로 치면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나중에 9월 통계가 최종적으로 반영되면 성장률이 소폭 올라갈 가능성은 있지만 이전 사례에 비춰 봤을 때 0.1%포인트 이상 올라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목별로는 정부 소비가 건강보험급여 지출이 증가하면서 1.2% 늘었다. 반면 민간 소비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수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투자 항목인 건설투자는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2분기(4∼6월) 1.2%포인트에서 이번 분기 0.2%포인트로 감소했다. 홍 부총리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조기 집행하면서 3분기에는 여력이 제한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정 지출의 규모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니지만 2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줄어들면서 재정 집행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이번에 플러스(0.2%포인트)로 전환됐지만 성장을 이끌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성장률 2%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등의 변수로 수출 증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재정 지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2% 성장률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더 나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이 1.8%로 올해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기존에 제시한 내년 전망치(2.5%)에 대해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며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물량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 분기별 성장률과 연간 성장률 ::
연간 성장률은 분기별 성장률의 합산이 아닌 복리 개념이다. 전년 말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00일 때 1분기 성장률이 1%면 GDP 규모는 101이 된다. 2분기 성장률도 1%라면 100이 아닌 101에서 1%가 늘었다(102.01)는 뜻이다. 매 분기 1% 성장하면 연말 GDP 규모는 104.06, 연간 성장률은 4.06%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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