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기실업자가 2014년 이후 추세적으로 늘어나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의 취직확률이 떨어지면서 장기간 일자리를 못구하는 실업자가 쌓이고 있는 영향이다. 특히 해고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출산, 육아, 가사, 은퇴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려는 구직자들의 경우 장기실업자가 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28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실업자의 이질성 분석: 구직기간을 중심으로(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 박동훈·강달현 조사역 작성)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기간이 3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의 취직확률은 평균 33.4%로 구직기간 2개월 이하인 단기실업자의 취직확률(53%)보다 19.6%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실업자가 한 달 이내에 실업에서 벗어날 확률이 단기실업자보다 적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팀이 2006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장·단기 실업자 유입 규모를 모형으로 추정해 취직확률 등을 분석한 결과다. 해당 기간 단기실업자는 월평균 24만5000명, 장기실업자는 11만5000명 유입됐다. 매월 유입되는 장기실업자수는 단기실업자에 비해 적었지만 단기실업자보다 실직 상태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들의 실업 기간을 추정한 결과 단기실업자는 1.9개월, 장기실업자는 3개월로 조사됐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된 구직기간별 실업자수를 보면 올 3분기 기준 구직기간 3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수는 약 50만5000명으로 추정됐다. 관련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00년 1분기 이후 최대치이자 단기실업자수(44만1000명)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장기실업자수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말(29만9000명)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자의 취직확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진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장기실업자의 취직확률은 2015~2017년중 큰 폭 하락했다. 아울러 2013~2015년중 경기 침체로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서 장기실업자들이 많이 유입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누가 장기실업자가 되는 경향이 높은지 연구팀이 실업자 유입 특성을 살펴본 결과 성, 연령, 학력 등은 큰 연관이 없었고 실업 사유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해고에 의한 실업자와 노동시장 재진입 실업자의 경우 장기실업자 비중이 높게 조사됐다. 이들 실업자의 취직확률은 각 36.4%, 33.5%로 평균치보다 크게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취직확률이 높은 실업자는 임시계약 완료(56.7%), 신규진입 실업자(45.3%) 등이었다.
최근 장기실업자 증가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총수요 정책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자동화와 고령화 등으로 중간직급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구조적으로 장기실업자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 따른 장기실업자 증가는 자연실업률 상승과 밀접하게 관련돼있기 때문에 정책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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