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경제분야 심사…농민들 목소리 경청키로
"당장 불이익은 없지만 차기 협상 열리면 농민들에 영향"
"미래 협상 결과 나올때까지 농업 경쟁력 개선해 나갈 것"
홍남기, 공익형직불제 예산 확대 요구에 "부작용도 있어"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30일 “농민들에게 당장의 불이익은 없지만, 차기 협상이 이뤄지고 결과가 나오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내년 예산안 관련 경제 분야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업이 가뜩이나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고 관세가 인하되면 농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박 의원의 주장에 김 장관은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발표와 함께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래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농업 부문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쌀을 포함한 민간 품목은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며 “농업 직불금을 WTO에서 허용하는 보조인 공익형 직불제로 이른 시간 내에 전환해 협상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더욱 자주 마련하라는 박 의원의 지적해 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결정과 연관된 차기 협상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점을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 관련되는 농업 협상은 10여 년 전에 중단됐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말고는 없다”며 “사실상 협상이 소멸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내년에 2조2000억원 규모로 반영돼 있는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그는 “금액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대로 좋은 점도 있지만, 소농과 대농 간 배분이 왜곡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어 2조2000억원 수준으로 결정했다”며 “농산물의 수요 기반을 확충하거나 청년 후계농을 육성하는 등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여러 예산 사업들이 폭넓게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면서 농업에 미칠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진행 상황에 대해 홍 부총리는 “640억원 정도로 조성돼 굉장히 저조하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여·야·정의 합의를 계기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홍 부총리는 “정부와 기업에서 기금 조성 노력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처음 만들어질 때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조성하는 것이 취지였기 때문에 부족분을 정부 세금으로 메꾸는 것에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농식품부 등 관계 부처들은 앞으로 열릴 WTO 주관 협상에서 그간 누려왔던 개도국으로서의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적어도 농업 분야는 아직 개도국 수준이라는 논리를 들어 1995년 WTO 출범 때부터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향후 협상에서 관세, 보조금 등 개도국으로서의 특혜를 받지 못하면 농업 분야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농협,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 단체들은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농업계와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고,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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