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할인행사가 이어지는 11월을 맞아 유통가의 초저가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1월에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하는 전국적 대형 할인행사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들도 가격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11월이 쇼핑하기 가장 좋은 기간인 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4주간 10년 전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국민 체감 물가 낮추기’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롯데마트는 1탄으로 18개 품목과 그 가격을 공개했는데 일부 상품은 10년 전과 가격이 같았지만 대부분은 10년 전보다 더 저렴했다.
특히 ‘1등급 한우 등심’은 10년 전보다도 30% 저렴한 100g당 5260원(회원 및 카드 할인 포함)에 판매한다. ‘로카세리나 무스카토다스티’(750㎖)도 10년 전에 비해 약 5000원 싸게 판다.
이 밖에 ‘씨없는 청포도’ ‘삼겹살’ ‘감자’ ‘생굴’ ‘육포’ ‘빙그레 요플레’ ‘니치 에스라인 칫솔’ ‘크라운 버터와플’ 등이 10년 전보다 싸게 파는 품목이다. 올해 초 롯데마트는 ‘극한가격’ 프로모션을 통해 ‘통큰치킨’ 등을 최저가로 선보이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계의 초저가 경쟁을 이끌고 있는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프로모션을 통해 일부 품목을 초저가로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가 국민가격 와인으로 4900원에 선보인 ‘도스코파스’는 출시 70일 만에 70만 병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8월부터 10월14일까지 이마트 포인트 카드 회원의 97%가 국민가격 상품을 1회 이상 구매했고, 2회 이상 구매한 고객은 71%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국민가격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1회 평균 구매금액은 7만7589원으로 비구매 고객(4만9070원)에 비해 46% 높았다.
이마트도 11월을 맞아 바나나, 기저귀 등 27개 품목은 1+1 혜택을 제공하고 치킨, 화장품 등 17개 품목은 50% 할인한다. 이 밖에도 ‘1등급 한우 등심’ 100g을 4750원(카드 할인 포함) 등 초저가 할인 상품을 선보였다.
이밖에 롯데그룹은 유통 10개 계열사가 ‘롯데 블랙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할인 및 증정 행사를, 신세계그룹도 오는 2일을 ‘대한민국 쓱데이’로 선언하고 18개 계열사가 쇼핑지원금 증정 및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가격 경쟁은 온라인이 더 치열하다. 위메프는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의 2배를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선보였다. 11번가와 티몬 등도 타임특가 행사를 통해 파격적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 경쟁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던 편의점 업계도 초저가 경쟁 중이다. 이마트24는 390원짜리 ‘민생라면’을 선보였고 CU도 500원짜리 ‘실속500라면’을 출시했다. 두 회사는 각각 ‘민생 시리즈’와 ‘실속 시리즈’로 초저가 상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초저가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재편 및 국내 경기 불황에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재편 시기를 맞으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들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또 국내 경기가 불황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갈수록 저렴한 상품을 찾고 있다. 일례로 1000원, 2000원 등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는 매년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매출 2조원을 넘보고 있다.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이 미국의 ‘아마존 효과’처럼 저물가를 야기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65년 물가지수 산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0.038%)를 기록했다. 아마존 효과는 전자상거래의 발달이 소매점 전반의 공급가격을 낮춰 저물가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익성 유통학회장은 “대형마트의 초저가 가격 정책은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 온라인 쇼핑몰로의 소비자 이탈을 막고 소비자를 자사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초저가 가격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전자상거래의 발달이 물가 상승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아마존 효과’는 실제로 입증된 이론”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내수 경기가 부진해 소비(수요) 위축에 따른 물가 하락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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