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 과정에서 상대방 국가에 매기겠다고 공언한 관세가 연내 실제 부과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국책연구기관이 경고했다. 미중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지만 상황이 악화돼 관세 폭탄이 그대로 터지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중국경제의 위험 요인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약 5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중국은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작년부터 관세 부과의 상당 부분은 이미 실현된 상황”이라며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분석에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은 고려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주로 중국 내수 둔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수출에서 대중(對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로 미국(12.0%)을 포함해 모든 교역상대국 중 가장 크다. 특히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인한 영향보다 중국 내수가 둔화해 한국산 물품 소비가 줄어드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확장적 재정과 완화적 통화 정책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부실기업 정리 같은 경제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려면 기업의 건전성 여부가 중요하다”며 “기업의 진출입 관련 규제를 더 유연하게 해 생산성과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인적, 물적 자원이 움직일 수 있는 경로를 터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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