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매출 증가율 4.0%로 둔화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영향…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꺾여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들 비중은 35%로 확대
지난해 반도체 수출 둔화와 건설업 부진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반토막났다. 마진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률도 1년 전 보다 꺾였다. 실적이 부진해진 탓에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고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 비중이 35%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4.0%로 전년(9.2%)보다 5.2%포인트 하락했다. 총자산증가율도 같은기간 7.6%에서 5.8%로 둔화했다. 그만큼 기업들의 성장세가 약해졌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68만2726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매출액 증가율은 대기업이 7.9%에서 2.7%로, 중소기업이 11%에서 5.9%로 큰 폭 떨어졌다. 업종별로도 제조업은 9.0%에서 4.0%로, 비제조업은 9.3%에서 4.0%로 모두 둔화했다. 지난해 3분기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출 둔화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매출액 증가율이 1년 전 20.4%에서 지난해 3.4%로 주저앉은게 주된 요인이었다.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감소 등으로 기타기계·장비 업종 매출액도 0.1% 줄어 감소 전환했다. 건설업 매출액도 1년 전 10.3%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0.5%로 고꾸라졌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축소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액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6%로 전년(6.1%)보다 내려갔다. 기업들이 물건 1000원 어치를 팔아 세금을 빼고 거둬들인 이익이 56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이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오르고, 판매관리비율이 16.9%에서 17.1%로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제조업이 7.3%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축소됐다. 그 중에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이익률은 18.2%로 1년 전(15.9%)보다 확대됐다. 반도체 업종 등의 매출은 덜 늘었지만 지난해까지 수익은 괜찮았던 셈이다. 수익이 축소된 업종은 제조업에서는 석유정제·코크스(3.0%), 자동차(1.9%), 비제조업에서는 전기가스업(1.9%), 도매·소매(2.6%) 등으로 조사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7.6%에서 7.2%로 1년 전보다 소폭 둔화했다. 중소기업도 3.5%로 전년(4.0%)보다 꺾였다.
기업들의 빚 갚을 능력은 1년 전보다 나빠졌다. 지난해 기업 이자보상비율은 470.9%로 1년 전 537.4%보다 66.5%포인트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반면 금융비용부담률이 상승한 영향이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32.3%에서 35.2%로 2.9%포인트 확대됐다. 아예 적자를 내는 이자보상비율 0% 미만 기업도 29.5%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늘어났다. 기업 이자보상비율 분석은 ‘이자비용이 0’인 기업을 제외한 36만2856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신용이 낮아 차입을 못하는 기업이나 금융비용 자산화 등으로 이자비용이 없는 기업들은 제외된 것이다.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1년 전 114.1%에서 지난해 111.1%로 다소 하락했으나 차입금 의존도는 28.8%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22.7%에서 22.3%로 내려간 반면 비제조업에서 33.2%로 33.4%로 올라간 영향이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매·소매(26.2%), 부동산(44.1%) 업종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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