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AMG 엿보기[동아네찻집-브랜드 뽀개기③]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14시 00분


# 프롤로그 - 동아네찻집 車 팀장의 브랜드 뽀개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준중형 세단을 중고로 사서 폐차할 때까지 탔습니다. 지난해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SUV를 신차로 사서 타고 있습니다.

10만km 넘게 운전했지만 필요에 따라 차를 몰았을 뿐, ‘드라이빙 감성’까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타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점점 더 궁금해지긴 합니다. 저 차는 왜 저렇게 비쌀까. 이번에 적용했다는 그 기능 정말 쓸만할까. 저 브랜드 차는 정말 좀 남다를까.

모든 차를 다 타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각자 철학을 얘기하는 완성차 ‘브랜드’ 자체는 차례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차알못’ 자동차 팀장의 브랜드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를 타온 ‘평범한 아빠’가 각 브랜드의 대표 차종을 통해 느껴본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드라이빙 아카데이 행사를 위해 준비된 AMG 차량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드라이빙 아카데이 행사를 위해 준비된 AMG 차량들.
지난달 열린 AMG 퍼포먼스 데이 행사의 모습.
지난달 열린 AMG 퍼포먼스 데이 행사의 모습.

# 벤츠 AMG 체험 세 줄 요약

경주용 트랙에서 고성능차를 몰아보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긴장되면서도 재미있고, 짜릿한 속도를 느끼면서도 안전하게 차를 모는 법을 배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AMG 라인의 차를 돌아가면서 타보는 프로그램이라 한 차로 300km는 타보는 ‘브랜드 뽀개기’라는 시승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고 ‘엿보기’ 정도가 좋을 듯 하다.

그리고 벤츠의 고성능 라인 AMG에 대한 느낌은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보기보다 덜 부담스러운 고성능 차’ 정도다.

# AMG 왈 “운전은 즐거운 것”

사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경기 용인의 자동차 경주용 서킷, ‘AMG 스피드웨이’(에버랜드 옆 그곳 맞다)에서 진행하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미디어 행사를 다녀온 건 시간이 꽤 됐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기사를 쓰는 게 늦어졌는데 그런 만큼 지금도 또렷한 기억을 중심으로 짧게 써보려 한다.

최근엔 일반 도로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AMG’는 알려진 대로 벤츠의 고성능 차 서브 브랜드다.

컴팩트 카부터 세단, 쿠페, 로드스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AMG 독자 개발의 GT까지. 라인업이 꽤 다양한 편이다.

AMG는 1967년 설립 이후부터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고성능 엔진을 개발해 왔고 ‘원 맨-원 엔진’이라는 철학을 지키고 있다.

엔지니어 한 명이 AMG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고 제작을 마치면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을 해당 엔진에 새기고 있다.
엔지니어의 이름이 쓰인 금속 배지가 박혀 있는 AMG 차량의 8기통 엔진
엔지니어의 이름이 쓰인 금속 배지가 박혀 있는 AMG 차량의 8기통 엔진
AMG 차량의 내부
AMG 차량의 내부

고성능 자동차와 다이내믹한 운전의 즐거움을 내세운 AMG 차량을 공도가 아니라 트랙에서 타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재미난 일이다.

4.3km 길이의 트랙을 앞서 가는 차량이 이끄는 대로 가속하고 감속하면서 코너를 빠져나오면 ‘모터스포츠’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느껴볼 수가 있다.

차의 배기음과 진동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에 긴장하면서도 코너링에 몸이 이리 저리 쏠리면 ‘이래서 스포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상 주행이 대부분인데 AMG 아카데미에서는 앞차를 쫓아가려면 나름대로는 급하게 코너를 돌아야 하는 상황.

좀 미숙하고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도 차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앞차를 쫓으며 빠르게 속력을 높인다.

도로 위에서 ‘모범 운전자’를 자처하는 기자도 직선 주로에서 차량 계기판과 별도로 설치해 놓은 속도계에 204km가 찍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프로그램과 똑같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여러 종류의 AMG 모델 차량을 번갈아가며 탔다.

차 마다 다르지만 AMG 모델은 500~600마력대에 제로백은 3~4초대. 충분하지만 다루기 힘들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속력은 아니다.

최근에는 일반 도로에서 AMG 마크를 단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를 어렵지 않게 보는 상황. 시승한 AMG 모델 대부분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겠다는 인상이었다. (물론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너무 꿀렁거리는 차도 있긴 하다.)

워낙 넓은 공간이라 AMG의 8기통 엔진이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울리듯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운전석에서는 물론 여기저기서 달리는 ‘AMG들’이 내는 엔진음 역시 듣기가 좋다.

공도가 아닌 만큼 일반적인 상황 그리고 일반적인 차량과의 비교는 조금 힘이 들지만 잘 달리는 차를 타고 마음껏 트랙을 달리는 것은 언제 다시 가자고 해도 즐거울 듯한 경험이다.
트랙에서 대기 중인 AMG 차량들
트랙에서 대기 중인 AMG 차량들


# 트랙에서 배우는 안전, 기억할만한 운전 습관

개인적으로 이 아카데미 체험 이후에 운전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고성능을 체험했으니 2L 디젤 엔진의 내 중형 SUV로도 과감한 가속과 코너링을 시도해 본다, 는 건 당연히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좌석 세팅을 좀 더 운전대에 가깝게 하게 됐다.

AMG 아카데미에서는 (나 같은 서킷 초보에게만 강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초반부터 좌석의 위치와 운전대를 잡는 팔의 각도를, 전문 드라이버들이 직접 조정해 줬다.

어떻게 조정했느냐를 각도 등으로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기자가 느낀 것은 쉽게 말해서 좌석을 평소보다 운전대에 ‘꽤 가깝게 하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최대한의 힘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몸이 너무 뒤에 있어서 힘을 전달할 수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좌석을 브레이크를 꾹 밟았을 때도 무릎이 어느 정도 굽혀질 수 있을 정도까지 당겨 놓아야 한다.

차에 앉아서 직접 해보면 느껴지는데 풀 브레이킹했을 때 무릎이 완전히 펴져야 하는 거리면 풀 브레이킹을 신속하게 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운전대를 급작스레 조향할 때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거리에서 두 손이 안정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한다.

이 역시 좌석을 좀 당긴 상태에서, 등받이를 너무 뒤로 젖히지 않아야 가능한 자세다.

급작스런 상황의 풀 브레이킹과 운전대 조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런 준비라는 것은 급제동 연습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짝 앉은 자세로도 사실 ‘풀 브레이킹’이 쉽지가 않다. 우선 몸이 앞으로 쏠릴 것이 걱정되고 또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가 않다.

브레이크&차선변경 프로그램에서 몇 차례 시도에도 썩 그렇게 잘 해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정말로 도로 위에서 풀 브레이킹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예전보다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기자는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고속도로 추월 차선에서 앞 차의 갑작스러운 감속과 정지에 따라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완전히 제동하지 못하면서 앞차를 추돌했던 상황.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동네 마실 나가는 운전에서는 뒤로 몸을 젖히고 한 손으로 운전하는 편안한 자세가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이고 차선까지 잡아주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편리함은 그대로 누리더라도 언제 급제동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운전대를 잡게 됐다는 점은 확실히 큰 변화다.

# 달리는 즐거움을 느껴볼 드문 기회

일부 구간에서는 속도 제한을 푸는 아우토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나마 있는 고속도로가 늘 뻥뻥 뚫려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고속도로가 안 붐벼도 추월차로 정속 주행 차도 많은데…

사실 국내에서는 고성능차의 키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어디서 탈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AMG 브랜드의 차를 타보는 것도 좋겠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운영하는 AMG 아카데미 자체도 자동차와 모터스포츠 등에 관심이 크다면 한번 시도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비용이 꽤 드는 프로그램이고 선착순 마감이지만 경주용 트랙에서 마음껏 질주하면서 아카데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드&팔로우 형태로 트랙을 달린 것이 사실 후반부 코스였고 그 전후에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급제동과 회피 훈련은 물론 4륜 구동과 후륜 구동 차의 드레그 레이스 성능을 체험해 볼 수 있고, 젖은 노면에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상황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8기통 후륜 구동 차량의 차체 제어 기능을 끄고 젖은 노면에서 운전대를 돌리며 가속 페달을 훅 밟으면 차가 팽이처럼 도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운전대를 풀면서 오버스티어 상황을 벗어나보는 경험 등은 혹시나 있을 빗길 위험 상항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벤츠코리아가 ‘AMG 버거’라고 이름붙인 특제버거를 먹는 짧은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이 점심 시간마저 쪼개서 자유롭게 카트를 타 볼 수도 있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차를 타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기자는 사실 어느 차가 어떤 모델인지 모르고 ‘AMG 인가보다’하고 탔지만 차를 좋아한다면 차마다의 특징을 느껴볼 수도 있겠다.

전문 드라이버가 트랙에서 차를 태워주는 택시 드라이빙에서는 ‘드리프트’가 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짧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벤츠 그 중에서도 AMG가 어떻다고 얘기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평범한 운전자가 체험해보더라도 안전하면서 재미있고, 그래서 때로는 귀찮은 일이기도 한 ‘운전’이 왜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 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회 아닐까 싶다.

이런 트랙 시승에는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AMG를 비롯해 몇몇 브랜드가 문을 열어 놓고 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보길 바란다.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www.mercedes-benz.co.kr/passengercars/the-brand/AMG-Experience/born-to-be-wild.module.html?csref=mc-sem_np_bs_tp_1910_AMG

BMW 드라이빙 센터
www.bmw-driving-center.co.kr/kr/driving_c/guide.do

현대자동차그룹(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www.facebook.com/hmgdrivingexperience

※이 기사는 차량 시승을 위해 허용된 범위 안에서 해당 업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요소 없이 기자의 판단을 바탕으로 작성한 시승기입니다.

(먼저 뽀개본 다른 브랜드가 궁금하다면…)

▼브랜드 뽀개기 1편 - 볼보▼
http://www.donga.com/news/List/Series_70010900000001/article/all/20190919/97484185/1

▼브랜드 뽀개기 2편 - 지프▼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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