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을 때 실적에 미칠 영향을 밝히라’는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됐던 김종갑 한전 사장의 “전기 요금 특례 할인 일몰” 발언이 있기 한 달여 전 일이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 따르면 SEC는 지난 9월17일 보낸 공문을 통해 “정부가 전기 요금을 심하게(heavily)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상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면서 “향후 요금을 올리지 않았을 때 한전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미칠 영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전이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만큼 SEC가 자국 주주들을 대신해 전기료 인상 여부를 사실상 추궁한 셈이다. 한전은 지난 2018년 영업손실 2080억원·당기순손실 1조174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017년(영업익 4조9532억원·당기순익 1조4414억원) 대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29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 할인은 원칙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운영 중인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추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EC로부터 공문을 받은 지 한 달 보름가량이 지난 시점이다.
이 발언 이후 ‘한전이 전기 요금 할인을 모두 폐지한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김 사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서는 “(전기 요금 특례 할인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한전이 일방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곽대훈 한국당 의원이 ‘인터뷰에서 온갖 할인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일정 기간 할인 혜택을 부여한 뒤에 원칙적으로는 환원하게 돼 있다”면서 “(할인 혜택) 일몰 이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전은 SEC의 요구에 따라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공시 전 실적 공개 불가’를 이유로 정 의원의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지난 1996년 뉴욕 증권 시장에 상장, SEC의 감독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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