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플레이의 점유율 80% 아성을 깨뜨린 국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원스토어가 1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구글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국내 게임사와 앱 개발사들이 구글플레이의 독점 구조를 벗어날 수 있게 할 만큼 강력한 국산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다.
6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원스토어 투자 유치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환 대표(54)는 “원스토어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달 중 총 975억 원의 사모펀드 투자 유치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밀려 ‘만년 3위’에 머물던 원스토어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구글플레이의 점유율을 뺏어오더니 올해 5월 기준 앱스토어(12.5%)를 제치고 2위(12.7%)로 올라섰다. 지난해 7월까지 80%대를 고수하던 구글플레이 점유율은 74.8%까지 내려갔다.
그간 이 대표와 원스토어가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글로벌 앱 마켓 1위인 구글플레이가 국내에서도 독점적 위치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였던 2009년 SK텔레콤의 ‘티스토어’로 처음 출범해 고전하다 2011년 SK플래닛으로 서비스가 이관됐다. 2016년 6월에야 통신3사 앱 마켓과 네이버스토어를 모두 통합한 원스토어로 전선을 재정비했다.
원스토어 출범 당시 이 대표는 SK플래닛 직원 120명 가량을 데리고 분사했다. 하지만 통합 직후인 2017년 점유율이 이전 3사의 앱 마켓을 합친 것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또다시 위기가 닥쳐왔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불문율이던 30% 수수료를 20% 수준으로 낮추는 파격안을 제시했다. 자사 시스템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구글플레이와 달리, 개발사별로 선호하는 자체 결제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줬다.
고전 끝에 나온 파격안은 주효했다.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원스토어에 입점하는 게임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이를 결제 할인 등 마케팅 투자로 돌리면서 모바일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헤비유저’들이 원스토어 입점 게임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원스토어의 게임 거래액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
키움인베스트먼트와 SK증권이 참여한 이번 투자로 원스토어는 기업 가치 5000억 원의 ‘예비 유니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원스토어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그간 국산 플랫폼의 한계로 꼽혔던 해외 진출 및 콘텐츠사업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국내 개발사들이 동남아나 유럽 시장에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지 통신그룹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원스토어가 구글과 유의미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앱 생태계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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