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 보류·중단→공급 위축→기존 아파트값 상승
낮은 분양가 집값 '하향 안정화'? 주변 시세와 '키 맞추기'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지정했지만, 벌써부터 정책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등 서울 8개구 27개 동(洞)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거나 분양 예정 물량이 많은 곳을 우선 지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분양가 규제 회피 시도가 확인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시장 불안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추가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집값이 상승하면 대상 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낮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하향 안정화 시켜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주택시장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에 다른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을 잡기 위한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주택시장 과열을 자극하거나 동작구 흑석동과 경기 과천 등 일부 비적용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와 ‘청약 과열’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정부는 최장 10년 동안 전매를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도 부여해 과도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 차단이 가능할 것을 내다보고 있다. 전매 제한 기간은 일반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100% 이상이면 5년, 80∼100%면 8년, 80% 미만이면 10년이다.
전매제한을 늘리는 것만으로 청약 과열과 로또 아파트 양산 등 부작용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던 판교의 청약 과열과 이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2006년 판교의 전매제한이 10년이었지만, 청약 과열을 넘어 청약 광풍을 빚었다. 예상대로 전매제한이 풀린 뒤 집값이 2배 이상을 뛰었다.
이명박정부 때 추진한 강남구 세곡동 보금자리주택도 유사하다. 2009년 당시 전용면적 59㎡ 아파트 분양가가 2억2000만원이었다. 6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자 6억3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계속 뛰더니 현재 시세는 9억400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리기는커녕 이른바 ‘키 맞추기’에 들어간 것이다. 로또 아파트 양산이 우려되는 이유이기도하다. 단기적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은 떨어질 수 있지만, 결국 주변 시세를 따라 집값이 급등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재건축 단지가 사업을 보류하거나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분양가 상한제 반발하는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사업이 보류되거나 취소되면 중·장기적으로 공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급부족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만 올려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단기적 하락이라는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축소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에는 주택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기존 주택 시장의 가격을 끌어내리기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낮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단기적으로 재건축 가격은 떨어질 수 있지만, 공급 위축 기조가 계속되면 기존 주택 가경 상승이라는 역효과가 나탈 수 있다”며 “공급 위축은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등 장기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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