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수펑크(세수결손)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올해 반도체 경기불황으로 법인세 실적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근로장려금 등 복지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세수입은 228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6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294조8000억원 중 현재까지 거둬들인 세수는 77.4%에 지나지 않는다. 세입예산보다 실적이 적은 상황을 일컫는 세수결손을 피하기 위해서는 남은 3개월 동안 66조7000억원이 들어와야 한다. 월평균 22조2300억원의 세수가 걷혀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300조원 가까운 세수가 걷히며 사상 최대 세수호황을 자랑했던 지난해에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지난해 10월 국세수입은 29조7000억원이었으며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6조5000억원, 13조7000억원의 세수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총세수는 59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세수결손을 피해가 위해 거둬들여야 하는 66조7000억원에 6조8000억원 모자란 규모다.
올해 남은 세입 이벤트는 10월 부가가치세, 11월 종합소득세, 12월 종합부동산세 등이다. 하지만 3대 세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는 점에서 장담할 수 없다. 올해 9월까지 법인세는 6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법인세 세수진도율은 지난해 결산기준 세수진도율보다 8.8%p 하락했으며, 예산기준 진도율보다 20.3%p 더딘 상태다.
법인세 실적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자 정부도 세수결손 가능성을 조심스레 인정했다.
박상영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이날 재정동향 관련 브리핑을 통해 “10월 이후 주요 세목 중심으로 전년대비 세수증가가 예상돼 올해 연간 세수는 세입예산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세입예산 마지막 찍으면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EITC(근로장려세제) 5조6000억원 감소와 법인세 주력세목 감소로 인한 감소폭이 큰 상태”라며 “올해 세수실적이 세입예산을 초과해서 가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적치는 세입예산 근접해서 큰 차이 없고 차이 있더라도 소폭(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하게 얼마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수결손이 발생할 경우 2014년 이후 5년 만에 재정에 구멍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연도별 세입·세출 마감결과에 따르면 2012년 30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 등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이후 2015년에는 2조2000억원 규모의 세수초과를 기록하며 세수결손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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