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예대율 도입 등으로 은행들 대출 보수적 운용
제2금융권도 DSR 등으로 가계대출 문턱 상승 전망
연말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新) 예대율 규제 등으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르고 있는 대출금리도 제약 요인이다. 당장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 가계부터 대출 문턱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은 지난달말 기준 604조3000억원으로 올들어 33조9000억원(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증가율이 7.96%였던 점에 비하면 상당폭 둔화하긴 했으나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관리 목표로 제시한 5%대 증가율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은행들이 5%대 증가율에 맞추기 위해 남은 기간 대출 증가세에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규제도 은행들의 대출 확대를 발목잡는 요인이다. 신 예대율이 도입되면 기업대출에는 가중치가 15% 낮춰 적용되지만 가계대출에 가중치가 15% 높게 부여된다. 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좀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 대출부터 옥죄어질 수 있다. 우량 대출을 줄이기보다는 리스크가 큰 대출부터 ‘솎아내기’에 들어가는게 건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상대적으로 금리를 높게 매기는 식으로 대출 총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대출 받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대체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상호금융조합 등의 경우 여신 건전성 관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으로 가계부채 관련 규제로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도 돈을 빌리려는 입장에서 큰 부담 요인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줄줄이 올라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2.64~4.14%로 일주일 전(2.55~4.05%)보다 0.09%포인트 올랐고, KEB하나은행도 2.876~4.086%로 0.035%포인트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은 한도가 소진됐고, 대체 수단으로 보금자리론이 떠올랐지만 수요가 몰려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금리가 단기 급등한 지난 2013년과 2016년 금리상승세가 두 달 간 진행됐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 확대와 추가 금리 상승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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