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이코노미 시대 변해야 살아남는다]
부모 부양해 노후준비 못한 日노인… “40년 부은 연금, 고작 月 70만원”
“연봉이 1200만 엔(약 1억2700만 원)이던 내가 노숙인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죠.”
지난달 29일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만난 다카노 아키히로 씨(64)는 자신이 노후 준비에 게을렀다고 자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45세 때 암에 걸린 아버지 간병을 위해 대기업을 나왔다. 회사에서 인정받았던 터라 언제든 재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적금과 퇴직금, 주식까지 2000만 엔(약 2억1300만 원)가량도 있어 든든했다.
하지만 작고한 아버지 장례비용에, 치매에 걸린 어머니 치료비까지 짊어지며 자산이 순식간에 고갈됐다.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 유골만 품에 안고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그는 “당시 50대라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고,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60세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빈곤에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40년간 부은 연금은 막상 계산해 보니 월 6만6000엔(약 70만 원)씩 나오더라”라며 허탈해했다.
성장률, 금리, 물가가 크게 떨어지는 ‘제로이코노미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은 물론 연금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빈곤 노인’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성장동력은 식어가는데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제도가 안정적인 독일에서조차 “공적 연금만으론 버틸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노인 부양을 위한 세금이 늘고 정년 연장이 추진되자 젊은층과 장년 및 노년층 간의 세대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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