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연예인 사진 퇴출·방송 광고 규제·페트병 무색 교체
페트병 교체비 더 들고 내용물 변질 우려에 단종도 고려
당장 소비 줄지 않더라도 영업 활동 폭 좁아질까 우려도
주류업계가 잇단 규제 움직임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내년 종량세 전환과 곧 시행될 개정 주류고시로 업계에 활력이 돌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각종 규제로 사실상 영업의 손발이 묶일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유색페트병 퇴출과 연예인 사진 부착 금지 등을 추진 중이다. 오는 12월25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류를 포함한 음료에 유색 페트병 사용이 금지된다. 주류업체들은 주류 용기를 투명한 페트병으로 전환 중이다.
문제는 갈색 맥주 페트병에 대한 명확한 대체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맥주 페트병에 대해 시행을 유예했지만 업계에 해법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국내 전체 맥주 판매량의 16%가 페트병에서 나올 정도로 페트형 제품은 매출 기여도가 높은데 교체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경우 업계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다. 또 페트병 형태의 대용량 맥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출시하고 있어 페트병 색깔 교체에 따른 부작용을 참고할 사례도 없다.
교체에 따른 비용도 부담이다. 주류 업계는 대체제 없이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해 품질 문제가 생길 가능성과 대체 비용이 더 들 경우를 고려, 단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규제를 준비 중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는 주류 광고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관련 기준을 손봐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예인 사진이 음주를 미화하고 주류 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다.
2020년부터 주류 광고 규제도 강화된다. 현재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류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미성년자 등급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게임 등에서도 광고가 제한된다. 광고에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역시 넣을 수 없다.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환영하고 있어 업계는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주병 연예인 사진 부착 금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긍정이 부정보다 다소 우세하게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음주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47.2%로 ‘국가가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38.8%)보다 많았다.
여성(52.9%)이 남성(41.4%)보다 찬성률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30~60대 이상)에서 찬성 응답이 높았다.
주류업계는 소비자 건강 우선이라는 정부 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건강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면서 “정부정책 방향에 따른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류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 유흥업소를 제외하고는 가뜩이나 마케팅 수단이 많지 않은데, 규제가 자꾸 생겨나면 소비감소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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