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꽃길따라… 우리 마트로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4일 03시 00분


[커버스토리]대형마트, 고객 사로잡기 안간힘

11월을 맞아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이 소비자의 가계 부담을 줄이는 초저가 행사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100g당 840원 삼겹살을, 롯데마트는 100g당 1470원 미국산 소고기(척아이롤)를, 홈플러스는 1000원짜리 자반고등어 등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행사를 상시 진행하며 롯데마트는 27일까지 ‘감사대축제’를 열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11월 한 달간 ‘블랙버스터’ 할인행사를 이어간다.

이는 e커머스 및 신규 배송 업체의 등장으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행사들이다. 일단 마트로 손님들을 끌어들어야 하는 절박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품목만 바뀔 뿐 이 같은 행사는 주 단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통상 할인행사를 진행하던 11월뿐 아니라 12월 이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을 낮춘 프로모션 상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국산 삼겹살을 1000원 미만에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달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이 컸다. 한동안 도축하지 못했던 전국의 양돈 농가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며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 기준으로 삼겹살의 평균 도매가격은 100g당 1540원. 현재 대형마트 3사는 800∼1000원에 삼겹살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40%가량이나 더 싼 가격이다. 이런 파격가에는 소비 촉진 및 가격 안정을 위한 한돈협회의 지원도 있었다. 한돈자조금위원회 관계자는 “생산 농가와 대형 유통업체가 재고량 등을 고려해 단가를 조율하면 위원회에서 최대한도 내에서 매출액의 5%를 할인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삼 역시 ASF 발생으로 매해 경기 파주 등에서 열리던 지역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된 이후 대형마트로 판매 무대가 옮겨지면서 값이 싸졌다. 이달 초 롯데슈퍼는 6년근 수삼 1팩(3, 4뿌리)을 9900원에, 이마트는 햇인삼 1팩(10뿌리 내외)을 2만9900원에 판매하는 등 인삼세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시세 대비 50%가량 싸다는 게 마트 측 설명이다.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꼽히는 대량 매입도 점차 스케일이 커져 단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통상 대형마트는 제조사로부터 대량의 상품을 직매입해 단가를 낮추고 이 덕분에 소비자에게도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최근엔 각 사의 초저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자 제조사와 대형 유통사의 사전 약정 물량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병당 4900원 하는 이마트의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 와인’이다. 이마트는 포도 품질이 좋고 생산량이 높은 칠레 마울레 지역을 새 산지로 개발하고 이 지역 와이너리와 와인 100만 병을 계약했다. 이는 일반적인 수입 와인 개런티 물량 3000병의 300배 이상 되는 규모다. 덕분에 제조사 입장에서도 병, 코르크 등 와인 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자재를 대량 매입해 원가를 추가 절감할 수 있었다. 이마트 측은 “8월 1일 출시 이후 총 84만 명이 팔리며 3개월 만에 물량의 42%가 소진돼 추가 물량 100만 병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물품도 많아지고 있다. 행사카드 결제 시 할인은 일반적으로 카드사와 대형마트가 할인분을 절반씩 나누어 부담한다. 해당 시기에 가장 잘 나가는 상품들로 행사 품목을 정하는데, 카드사 입장에서는 해당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지면 수수료 등 실적이 올라가는 이득을 본다.

대형마트의 할인 프로모션에는 결국 마트 전체의 매출액을 견인시킬 것이란 바람이 담겨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 채널의 강세로 최근 대형마트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일단 손님들을 마트로 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대형마트#초저가#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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