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결정되면서 국내 항공업계에서 추가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일본노선 축소, 보잉기 기체 결함 등 악재가 끊이지 않으며 전례 없는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는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도 차례로 시장에 입성,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14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다음달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나아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인수하게 됐다. 국적 항공사 3곳의 주인이 한 번에 바뀌게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시작으로 항공시장 재편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 가능성 때문이다. 협상과정에 따라 자회사 분리매각도 가능하지만 인수 후 재매각할 수도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에어부산 등 LCC에 대해 “앞으로 항공산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이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어부산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에어부산은 김해국제공항을 모기지로 국내·국제선을 포함해 32개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김해공항 여객 점유율 1위(35%)로 영남권 내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인천, 무안, 청주 등에서 점유율이 높은 제주항공이 에어부산과 합쳐질 경우 전국 대부분 지역의 여행수요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에어부산은 에어버스를 기재로 운용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중·장거리에 특화된 에어버스 A321 네오 LR 항공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보잉기 기체결함 이슈와 새 수익 노선 확보를 위해 중·장거리 노선 확대가 절실한 제주항공으로선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대는 이미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12일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아직 에어부산에 대한 인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경쟁심화와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보잉기 기체 결함 등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타항공의 매각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부도공포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말부터는 플라이강원을 시작으로 신규 LCC 3곳의 시장 진입이 예정돼 있다. 이 경우 국내 LCC만 9개로 미국(9개), 일본(8개)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다. 자연스레 업계 내 과당경쟁으로 인한 구조조정 등이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미국의 경우 항공 규제 완화 정책 이후 항공사가 크게 늘었는데 그 중 다수 항공사가 수익성이 약해지고 부실한 안전투자로 사고가 잇따르며 파산에 이르는 부작용을 겪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 자연스레 운임경쟁으로 번지고, 또 다시 노선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며 “향후 미국처럼 M&A되거나 파산해 사라지는 항공사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당장은 아니라도 근시일 내 업계 전반의 구조개편이 촉발될 것이란 분석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이번 불황을 기점으로 점유율 격차가 확대되고 재무구조 건전성의 차이에 따라 성장성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현금흐름 악화를 견디기 쉽지 않은 하위 항공사를 중심으로 2019년말~2020년쯤 의미 있는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