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을 기준으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왕좌’는 미국의 인텔이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연간 반도체 매출이 220억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메모리 제조사인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이 38% 감소해 실적 기준 ‘상위 15대’ 반도체 기업 중에서 가장 큰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만의 TSMC와 미디어텍, 일본의 소니 등 시스템반도체 전문 기업들은 전년과 유사한 실적을 내거나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9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인텔의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는 698억3200만달러로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보다 48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실상 대동소이해 증감률은 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인텔을 꺾고 글로벌 반도체 랭킹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이 29% 가량 감소한 556억달러로 2위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IC인사이츠는 내다봤다.
이같은 실적 감소는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앞세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때문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투자가 줄면서 전방 수요가 감소했고, 이 때문에 발생한 공급과잉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60% 이상 떨어졌다.
IC인사이츠는 “인텔은 2017년 2분기에 삼성전자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2018년 연간으로 실적에서 밀렸다”며 “그러나 올해 메모리 시장이 34% 가량 감소하면서 인텔이 다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잡았고 삼성전자보다 매출 규모가 26% 이상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에서 전년 대비 올해 실적이 부진한 곳은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을 꼽을 수 있다. 이들 3사의 공통점은 세계 D램 점유율의 95%가량을 차지하는 ‘빅3 메모리’ 업체라는 점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은 228억8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8% 감소하고 마이크론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199억6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 3위에 올랐던 SK하이닉스의 매출액 기준 순위도 올해는 4위로 한계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3위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TSMC의 올해 연 매출은 345억달러로 전년 대비 1% 가량 소폭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매출액 기준 1위부터 10위까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에서 순위가 바뀐 곳은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인데 이 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순위가 한계단씩 떨어졌다.
이밖에 ‘톱(TOP) 10’ 명단에는 Δ브로드컴(177억달러, -3%) Δ퀄컴(143억달러, -13%) ΔTI(135억달러, -9%) Δ도시바(113억달러, -18%) Δ엔비디아(105억달러, -12%)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실적 기준으로 글로벌 15대 기업의 올해 매출 전망치를 모두 더하면 3148억9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이라고 IC인사이츠는 밝혔다. 15개 업체 중에서 파운드리만 하는 곳은 TSMC 1곳이고 팹리스 전문 업체는 4곳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변화 폭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경우 1위는 일본의 소니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매출 77억1500만달러를 기록했던 소니는 올해 이미지센서 시장의 확대 등에 힘입어 연간 실적 95억5200만달러로 2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매출액 기준 순위에서도 지난해 15위였으나 올해는 11위로 4계단 상승이 예상된다.
성장률 기준 순위에서 2위는 TSMC, 3위는 대만의 미디어텍, 4위는 인텔이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메모리 비중이 낮고 시스템반도체 대표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성장률 기준 최하위 업체 3곳은 삼성전자(13위), 마이크론(14위), SK하이닉스(15위) 등 메모리 대표 기업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D램 가격 폭락과 업황 부진으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삼성전자나 정부에서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강조하는 것도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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