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원유인데 지금은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산업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정말 아득한 심정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정보의 활용이 규제로 막혀 있다. 데이터 3법이 이름, 주민등록번호, 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수집하는 범위와 방식을 강도 높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날 “미국과 중국, 일본은 일찌감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서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을 함께 일컫는 ‘FAANG’이 빅데이터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대기업은커녕 스타트업도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만나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협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 소식을 언급하면서 “첫 단계인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법안은 3개 중 1개(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밖에 안 되고 그 법도 상임위가 언제 열릴지 모른다”며 “나머지 2개 법안(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은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날을 하루 앞두고 모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부의가 곧 상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 상황을 지켜보고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일단 여야가 합의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표면상으로는 검찰개혁 법안이 부의되는 내달 3일까지 시간이 있다. 다만 이때까지 한국당과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칭) 등 ‘4+1’ 협의체를 통해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 달 17일까지는 표결 처리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의원직 총사퇴 등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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