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화이자, 유전자 藥 기업사냥…“미래 먹거리 선점”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8일 16시 17분


플랫폼 전체 장악 위한 M&A 활발
2023년 15~20개 유전자치료제 허가 전망
질병의 근본 원인 개선 기대 커

글로벌 제약사들이 유전자 치료제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유망 후보물질의 플랫폼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는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더 메디신스 컴퍼니’(The Medicines Co.)를 총 97억 달러(약 11조446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메디신스 인수는 ‘졸겐스마’에 이어 유력한 유전자 치료제를 확보하려는 노바티스의 전략이다.

메디신스는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콜레스테롤 치료제 개발 회사다. 현재 혈중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는 신약 ‘인클리시란’을 개발 중이다. 이 약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RNA 간섭 방법으로 혈중 LDL 수치를 떨어뜨리는 RNA 치료제다.

메디신스는 올 연말까지 미국, 내년 1분기(1~3월) 유럽에서 이 약 신약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노바티스는 지난해 유전자 치료제 회사 아벡시스를 87억 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유전자 라인업 확보 의지를 보였다.

아벡시스는 척수성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성분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xioi)의 원개발사다. 10조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노바티스는 올해 5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신약 졸겐스마의 미국 FDA 허가를 득할 수 있었다.

2017년 8월 세포·유전자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의 세계 첫 CAR-T 신약 허가 성공에 이어 유전자 선두 제약사로 올라섰다.

미국계 제약사 화이자 역시 유전자 포트폴리오를 쌓는 데 인수합병(M&A)과 기술 도입을 적극 활용 중이다.

지난 2016년 8월 뱀부 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및 유전성 신결질환의 일종인 카나반 질환, 거대축삭신경병증에 대한 유전자 요법 라인업을 확보했다.

앞서 스파크 테라퓨틱스와 2014년 12월부터 혈우병B 환자를 위한 SPK-9001 등의 프로그램을 협업하고 있다. SPK-9001은 제9혈액응고인자를 생성하는 유전자 재조합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 캡시드다. 2016년 7월 미국 FDA에서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다.
또 상가모 테라퓨틱스와 SB-525를 포함한 혈우병A 유전자 치료제 개발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2017년 5월부터 협업 중이다. SB-525는 지난 7월 국제 혈전증 및 지혈학회 총회에서 1/2상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신속허가 대상으로 지정됐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유전자 바다에 뛰어드는 건 증상 및 질병 진행 관리에 중점을 두던 기존 치료법과 달리 질병의 근본 원인 개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는 제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체내의 표적조직으로 전달해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유전자를 치료제처럼 사용해 세포 단위에서부터 질병의 근본 원인을 공략,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환자 삶의 질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희귀유전질환 분야에서 가능성이 기대된다.

현재까지 8개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또는 유럽에서 허가됐다. 2023년에는 15~20개, 2030년 40~60개가 허가·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3000개 이상의 임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연구가 암(65%)에 집중돼 있다.

특히 후보물질을 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자체를 인수하는 것은 해당 플랫폼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제약사 관계자는 “라이선스-인 계약은 해당 물질의 특정 적응증에 대한 일부 개발권·판권을 갖게 되는 것이지만 기업을 인수하면 기술 전체를 가질 수 있다”며 “확보한 기술로 다양한 질환 치료를 목표로 연구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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