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재된 신호’ 던진 이주열…‘속도조절’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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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9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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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29/뉴스1 © News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29/뉴스1 © News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금리인하 대응력은 아직 남아있다”며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내년 중반 우리나라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결국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금통위의 분위기가 당분간 관망세일 가능성이 우세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2.0%로 내렸지만 ‘동결’

금통위는 이날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점, 앞으로 거시 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내년의 경우 2.5%에서 2.3%로 각각 0.2%p(포인트) 낮췄다. 올해 2.0% 성장하기 위해선 4분기(10~12월)에 전분기대비 1.0%(0.97%) 성장해야 한다. 앞서 전분기대비 3분기 성장률은 0.4%에 불과했다. 3분기 누적 경제성장률은 1.9%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월 2.9%에서 같은 해 7월(2.8%), 10월(2.7%)에 이어 올해 1월(2.6%), 4월(2.5%), 7월(2.2%), 11월(2.0) 등 6차례 걸쳐 0.9%p나 하향 조정됐다. 수출과 투자 부진 장기화로 경기 하강 속도가 한은의 예상보다 빨랐다는 의미다.

통상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가장 강력한 금리인하 시그널로 읽힌다. 경기가 부진하면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굳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언급하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망’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며 “내년 중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IT 업황이 개선되면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1단계 타결 여지가 생기면서 완화됐다. 앞으로는 미중 분쟁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해선 “전문기관 예측을 많이 참고하는데, 전문기관들은 내년 중반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금리인하 사이클

그렇다고 이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은 것도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의 전개 방향에 따라 기준금리 조절 필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그럼에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금리인하 여지를 남겼다. 한은이 추정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5~2.6%다.

금통위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리면서 금리 인하사이클에 들어섰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만이었다. 이후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연 1.25%면 아직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하 통방문) 문구가 이번에 삭제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 한다. 다만 이 문구 삭제에 대해 이 총재는 “해당 문구는 통화정책 방향을 시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내년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서면 지금까지 안 가본 길을 가게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다시 오르고 있는 주택가격이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기준금리를 더 낮추면 강남 집값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통방문에서 “주택가격은 수도권 지역의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는 주택가격 움직임에 직접 대응해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 가뜩이나 높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 측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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